투르 드 프랑스의 '아름다운 울리히'…독일인들은 못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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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일주 사이클대회)에서 보여준 얀 울리히(독일.사진)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해 전 세계가 칭송했지만 정작 독일인들은 못마땅해 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가 23일(한국시간)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넘어졌을 때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 울리히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홈페이지(www. bild. de)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우승 기회를 허비한 행동'이라고 답했다.

울리히는 이에 대해 자신의 홈페이지(www. janullrich. de)를 통해 "그런 사고로 대회 우승자가 결정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암스트롱의 불상사에 편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페어플레이는 사이클 경기에서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필수 요소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독일인들과는 달리 전 세계 언론은 울리히를 칭송했다. 스페인의 일간지 '엘 문도'는 "울리히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찬사했고, 이탈리아 일간지 '일 누오보'도 울리히를 "페어플레이의 챔피언"이라고 소개했다.

15초 차로 2위를 달리던 울리히는 지난 22일 1위 암스트롱이 넘어지자 추월하지 않고 기다렸으나 암스트롱의 막판 스퍼트에 밀려 오히려 종합기록이 67초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울리히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1989년 대회 마지막 독주 레이스에서 로랑 피뇽(프랑스)을 역대 최소인 8초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지은 그레그 르몽(미국)을 언급하며 "나는 여전히 우승을 열망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특히 26일 벌어지는 독주 레이스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암스트롱도 "나빴던 컨디션이 이젠 좋아졌다"며 대회 5연패를 장담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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