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일구이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실정법에 명시된대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l7일 상오 10시10분. 서울시교위 교육감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최열곤교육감의 첫마디에 기자들은 아연 긴장했다.『「교육민주화선언」교사들의 집회는 교육적 접근이 아닌 정치적 접근이었습니다. 내용도 연계투쟁으로 쟁취하겠다는 것으로 정치성향적 접근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집회는 선동적 대중정치집회로 위법입니다』
최교육감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고, 흥분된 목소리였다.
기자들은 의외로 강경한 어조에 놀라 구체적인 징계대상과 정도를 물었다.
『주장한 내용에 정당성이 있더라도 교육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닌 정치적 접근방식을 옳다고 생각하는 교사라면 교단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경위서를 받은 17명의 교사중 A급 4∼5명에 대해선 파면이나 해임등의 조치도 있으나 권고사직정도의 응분의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감의 방침은 단호했다. 교육감의 중징계 방침이 낮12시 라디오로 방송되고 석간신문에 보도된 하오1시쯤. 최교육감이 헐레벌떡 기자실로 달려왔다.
『뉴스가 잘못됐습니다.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교육감의 표정은 창백했고 목소리는 다급했다. 조금전과는 전혀 딴판인 그런 것이었다.
『선언주동자들이 자숙을 하고 학교장이 선도책임을 진다면 감봉이하의 경징계에 그치겠습니다』
교사들의 선언이후 「조사중이다」「모른다」라고 시치미를 떼던 시교위. 그 시교위가 1주일만에 처음으로 밝힌 방침은 이렇게 3시간만에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번복된 것이다.
최교육감은 지난 연초에도 강남배 통합학군· 교사 가정방문허용 문제를 놓고 「부가부가」식 모호한 발언을 해 보도가 나간뒤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구구한 변명을 했던 전력이 있다.
공인의 한마디는 수많은 관계자·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개인간의 사생활에서도 일구이언은 인격을 의심받는 행위인데 하물며 공인에서랴. 「오해」를 유발했다가 번복을 일삼는 교육감의 말을 다음엔 또 어떻게 새겨들어야 할지 걱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