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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 시대 인생 이모작] 다들 은퇴 늦추려만 했지 준비 소홀…꿈 한 조각 나눌 취향 공동체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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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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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은퇴연구소에서 만난 백만기 소장은 은퇴 후 배운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줬다. [사진 김상선 기자]

K씨는 한 금융회사에서 30년간 일해 임원 자리까지 오른 금융인이었다. 스스로는 성과도 뚜렷했고 사내 관계도 원만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회사생활 30년이 통째로 무시당한 듯한” 기분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지인 소개로 알게된 백만기(64) 소장의 연구소를 찾아왔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떠났다고 해서 그동안의 삶이 의미없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새롭게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보라 권했습니다.” 백 소장의 조언을 받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K씨는 현재 일 년에 한두 차례 개인전을 여는 화가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소장
26년 금융인 53세에 접고 새출발
조인스 파워 블로거로도 활동

은퇴 이후의 인생계획을 돕는 ‘아름다운 은퇴연구소’와 ‘아름다운 인생학교’를 운영하는 백만기 소장. 그도 26년간 금융계에서 일한 ‘회사인간’이었다. 하지만 한창 바쁘던 마흔 살 즈음 특별한 결심을 했다. 50대가 되면 자발적 은퇴를 하기로 한 것. “평균수명은 80세로 늘었지만 건강 수명은 70세밖에 안 됩니다. 정년을 마치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해도 체력이 따라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53세에 회사를 나와 여행을 다니고, 악기를 배우고, 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U3A(The University of the Third Age)’라는 시니어 학교를 알게 됐다. “유럽에는 은퇴 교육이 일상화되어 있더라고요. 저도 은퇴 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06년부터 은퇴 관련 글을 조인스 블로그(blog.joins.com/cafe)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블로그엔 10년간 약 800만 명이 방문했다.

백 소장은 “지금 은퇴를 앞둔 5060 세대는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30% 이상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사회생활을 하며 나름의 부도 맛봤다. 동시에 부모도 부양 하고 자식도 양육해야 하는 이중의 짐을 떠안고 있다. “요즘 은퇴자들은 평생 일을 통해 정체성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은퇴를 최대한 늦추려만 했지 준비한 적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섬세한 위로와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해요.”

그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남성 은퇴자들의 취향 공동체’다. 그는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상담도 받고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는데, 남성들은 고민을 털어놓기 꺼리는 데다 모이면 서열부터 정리하는 문화가 있어 노년의 삶이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상담을 해 보면 누구나 남아있는 꿈이 있더라고요. 남성들도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 마음 속 숨겨놓은 꿈 한 조각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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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유빈 기자 kim.yoov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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