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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먼저 취하고 견디는 역발상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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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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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6보(59~68)=좌하귀 쪽 백△(실전 58)로 흑▲(실전 49)를 제압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으나 백△에 대한 검토실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박영훈 9단도 고개를 갸웃, 하고는 “여기서는 이런 정도”라며 바둑판 위에 ‘참고도’를 주르륵 놓아 보여준다. 백1~5를 선수 활용하고 백7로 품을 넓혀 중앙 백 일단의 틀을 갖춰야 했다는 얘기다.

‘바둑은 마지막까지 균형을 유지하는 게임’이라는 모범 교과서 같은 말이 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승부란 균형을 깨는 것이므로 커제는 ‘좌하귀의 실리를 크게 취하고 중앙은 견딘다’는 역발상 전략을 세운 것인지도 모른다. 59로 정수리를 얻어맞은 것은 아프지만 어차피 중앙은 백이 큰 집을 만들 수 없는 곳이니 사는 정도로 만족한다는 뜻. 59에 노골적으로 부딪치고 젖혀간 60, 62에 그런 의지가 확고하게 보인다.

63, 65로 밀고 67로 날렵하게 미끄러지는 스웨의 손길이 부드럽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여기서 국면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느낌인데 커제는 표정 없는 얼굴로 묵묵하게 68로 밀어간다. 수세로 몰려서도 가드를 올려 방어하기보다 더 적극적인 공격 자세를 취한다. 거기, 그런 약점이 있었나? 흑A면 백B로 뚫려 차단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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