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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입 앞둔 동유럽 '모진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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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내년 5월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둔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서유럽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5%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EU의 권고치를 넘어섰으며 제도개혁도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10여년 전 공산주의를 버리고 EU 가입을 목전에 둔 동유럽 국가들이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내년 5월 EU에 가입하는 동유럽 국가는 폴란드.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키프로스.몰타 등 10개국이다

이들 동유럽 10개국은 자유시장경제로 체제를 바꾼 후 지난해까지 서유럽 등 서방세계의 투자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EU 가입을 한 해 앞둔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서유럽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되면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 덩치가 큰 4개국의 상황이 먼저 나빠지기 시작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9.4%에 달했다. 체코는 7.3%, 폴란드는 5.7%, 슬로바키아는 5.5%를 기록했다. EU는 적정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내로 규정하고 있다.

적자재정의 부작용을 상쇄해 줄 것으로 여겨졌던 경제성장률도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4개국의 경제성장률은 5%를 넘어섰지만 올해는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는 3%도 힘겨울 전망이다.

공산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돌아선 지 1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체제 전환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나친 관료주의, 불합리한 국영기업, 사회주의 시대의 복지제도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폴란드는 병가(病暇) 보조금이 독일의 두배에 이른다. 헝가리 철도는 공산주의 잔재의 전형이다. 직원 수로 보면 헝가리 최대기업이며, 승객의 82%가 각종 요금할인 혜택을 받고 열차를 이용한다.

정부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적자가 1억6천3백만달러에 이른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는 은행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공적자금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GDP 대비 정부 지출은 체코와 폴란드.슬로바키아에서 45~50%에 이르며, 헝가리에서는 60%가 넘어서고 있다.

이들 10개국 중 발트해의 작은 세나라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세 나라의 인구를 합쳐도 7백3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스웨덴과 핀란드에 인접해 북유럽 국가들의 투자뿐 아니라 관광.쇼핑객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산업의 대부분이 민영화됐으며 시장에 대한 통제도 거의 없어졌다. 지난해 이들 3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6.1%에 달했으며, 올해도 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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