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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른데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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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정부가 마련한 KBS의 운영개선방안은 문제의 원점에 보다 더 접근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 개선안의 내용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은 보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와 방송자문위원회를 개편하여 보도·제작·편성·예산 등의 집행에 자율권을 보장하고, 방송위원회의 운영지침을 보다 세부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또한 요즈음 거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시청료는 1가구에 1대분만 징수하기로 하고 상업광고는 1TV에 한해 점차 줄여가다가 89년부터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KBS의 상업광고는 80년 11월 방송통폐합 당시 「잠정적인 조치」임을 분명히 한 기존방침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KBS1TV의 광고축소와 폐지가 시청료 거부운동의 무마책으로 거론된다면 문제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이 운동은 작년 2·12총선을 계기로 부각된 공영방송의 불공정성과 편파성이 문제가 돼 이를 시정하자고 시작된 운동이지 광고의 폐지나 시청료 거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런 뜻에서 KBS의 운영개선은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마땅하다. 이 초점이 광고방송폐지나 시청료부담의 경감으로 가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개선안 가운데 KBS의 이사회구성과 방송자문위원들을 각계각층의 직능대표로 재구성하여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방송위원회를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행정부로부터 인사권이 독립되고 인선의 객관성이 보장돼야 한다.
간단한 예로 정부가 구성한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운용과 편성에 관한 심의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방송보도의 편파성에 관해 문체를 제기한 일은 없었다.
문제는 언론매체의 고유한 자율성이 얼마나 보강되느냐하는 기본적 자세에 있으며 이것을 제도적으로 확고하게 보장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BBC가 운영의 최고책임기관인 경영위원회 위원을 국왕이 임명하면서도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해받지 않는 것은 정부가 그 독자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KBS의 개선안도 그런 차원에서 강구돼야 할 것이다. 방송운영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 인사부터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KBS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 독자적인 운영과 경영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그 예산과 방송편성 등 원칙적인 문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감독해야 옳다. 그런 연후에 방송의 세부사항에 관해서는 자문위원회나 심의위원회 등이 부속기관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맡으면 될 것이다.
정부의 개선안이 여당과의 협의과정에서 아직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며 따라서 모든 국민이 흔쾌히 시청료를 자진 납부할 수 있는 완벽한 개선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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