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과 얘기해 추가 수사 않기로” 홍만표, 작년 10월 정운호에게 문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진) 변호사가 지난해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원대 상습도박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사들과 얘기해 추가 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정 전 대표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첫 공판서 구명 로비 증거 공개돼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도형) 심리로 열린 홍 변호사의 첫 재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에 대한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검찰 수사(지난해 7~10월 진행)를 받자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전 대표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지난 6월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가 나눈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엔 홍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검찰이) 영장 청구했다고 하니 향후 수사 확대 방지, 구형 최소화에 힘써 보자” “차장·부장(검사) 통해서 추가 수사하지 않는 걸로 얘기했다”고 보낸 내용이 적혔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수사팀과 지휘라인 등에 통화를 시도하거나 통화한 내역도 공개했다. 홍 변호사가 전관 신분을 이용해 ‘전화 변론’을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라면서다. 내역에는 당시 사건 담당 부장검사와 최윤수 3차장 검사(현 국가정보원 2차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1월 정 전 대표가 서울구치소로 접견 온 형과 나눈 대화가 담긴 조서를 제시하며 “정 전 대표가 ‘홍만표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악연이야’ ‘나 못 나가면 홍만표 고소해 버릴 거야’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변호사 측은 “정 전 대표로부터 받은 돈은 변호사 사무실 개업 준비를 위해 쓰라고 해 호의로 받은 것”이라며 “검찰 고위 간부에게 정 전 대표의 구속을 면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홍 변호사는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증거 관련 서류에 직접 펜으로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