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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제자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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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교육주간의 주제는 「평화를 증진하는 교육」이다.
국내적으로 민주화를 향한 시위와 마찰이 팽배하고 대외적으로 전쟁과 테러가 난무하는 시대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표어다.
역사이래 평화는 인류의 기원이다. 인간의 권위와 존엄이 유지되는 아름다운 지구촌의 삶은 모든 이의 소망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였고 전쟁은 결코 정지된 적이 없었다.
이런 시대에 우리의 교육인들이 「평화」를 들고 나온 것은 의의 깊다.
그간 우리 교육이 추구해온 것이 인간을 단순화하여 점수경쟁에서 이기게 하는 약삭빠른 인간형제조였다고 한다면 이는 대단한 방향전환이다.
최근 한 교육학자는 지난 40년간의 우리교육은 창조성과 자율성 협동성 등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기르는 대신 획일주의와 목적 제일주의, 그리고 문화적 사대주의를 기르는데 허비했다고 맹박한 바 있었다.
그런 교육의 현실을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교사들이 지난 10일 「교육민주화 선언」을 하고 나선 것도 시대적 변화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구조화한 교육행정의 관료성과 비민주성으로 해서 우리의 2세 국민들에게 균형 잡힌 안목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현실에 대한 반성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교사들은 국민의 교사가 아니라 극도로 통제된 관료기구의 말단으로 떨어졌고 교직은 성직이란 미명아래 점수 매김과 서열 짓기에 급급한 사이비 교육의 굴레 속에서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주장은 오늘 우리교직의 처지를 실감케 한다.
교육의 주체로서 국민의 교육적 요구를 올바르게 실천하려는 책임을 통감하며 참된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교사들의 절규는 진지한 일면이 있다.
교사들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교사의 교육권과 시민적 권리를 주장하며 또 교육자치제의 실시, 정상적 교육을 방해하는 비교육적 잡무의 제거와 교육의 파행성을 심화시키는 비정상적 수업과 심야학습의 철폐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오늘의 각급 학교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너무도 명백하게 표출해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라가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국가 백년지 대계인 교육이 먼저 올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각과 바른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교육자들의 호소를 정부가 선입관 없이 충실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교육자들은 이 같은 교육조건의 요구만이 아니라 사도의 타락과 부패가 우리 교육풍토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점도 자생하고 사도문화의 쇄신에도 앞장설 필요가 있다.
이번 교육주간을 맞아 「평화를 증진하는 교육」이나 「교육민주화」를 외치고 있는 우리 교육자들이 이 나라 교육의 제자리 회복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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