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경련 “산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는 것은 오해”

중앙일보

입력

전기요금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산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는 것은 오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전기요금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중요하다”는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전경련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 등을 인용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지난해 기준 109%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가회수율은 전력 판매액을 전력판매원가로 나눈 것이다. 전력판매원가엔 발전비용 외에 배송비용, 투자보수 비용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기준 전력 1kWh의 판매단가는 산업용(107.41원)이 주택용(123.69원)이나 일반용(상업용·130.46원)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용도별 전력 생산 원가가 달라 싼 게 아니라는 게 전경련 주장의 핵심이다. 업계는 산업용 전기는 ▶고압전력을 바로 사용처로 보내 송ㆍ배전 비용이 낮고 ▶전송 과정에서 손실이 적고 ▶투자보수비가 적게 들어 주택·일반용 전기를 만들 때보다 약 22원이 덜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2012년 이후 용도별 생산 원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또 “2000년 이후 전기요금이 15차례 올랐는데 산업용 요금의 인상률이 높았다”고도 지적했다. 이 기간 전기요금은 평균 49.5% 인상됐는데 산업용 인상률 (84.2%)이 주택용(15.3%)이나 일반용(23%)보다 높았다. 전경련 측은 “한전 전력 판매의 약 55%가 산업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은 산업용 전력 판매로 높은 영업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 등 대다수 국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는 점도 산업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독일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의 44.4%인데 비해 한국은 86.8%로 상대적으로 높다.

전경련은 산업용 전기요금 누진제 도입 필요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전력부하가 높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성수기 피크 요금을 부과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최대부하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기요금이 제조업 생산원가의 35%를 차지해 부담이 큰 편”이라며 “기업이 전기요금이 싸 물 쓰듯 사용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일부 대기업이 24시간 공장 가동으로 심야에 값싼 요금제를 적용받아 평균 전력 사용 단가가 낮아진 것이 외형적으로 특혜를 입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올 여름 불거진 기업의 전기요금 특혜 논란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추 산업본부장은 “필수 생산 요소인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할 경우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생산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전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요금 체계를 설명해 산업계가 요금의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