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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가격 놓고 줄다리기-「부실기업정리」어떻게 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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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뤄져오던 부가기업정리가 대한중기와 풍만제지의 합리화대상기업 지정을 시발로 본격화됐다.
일단 올해 정리키로 한 23개 기업 중 상당수는 실사가 끝나 합리화 지정만 기다리는 상태여서 조만간 산업정책심의회의 지정을 받는 대로 주거래은행과 기업간에 정식 인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에 의해 생긴 부실의 폐해가 이제 국민의 부담으로 청산되어야할 단계에 온 것이다.
현재 직·간접으로 은행의 관리상태에 들어가 있는 기업은 모두 1백98개사에 이른다.
법정관리가 1백62개, 임의관리가 27개, 직원상주파견관리가 9개사씩이다.
이중 5개 시중은행이 안고 있은 것만도 1백20개사에 이른다.
그 대부분이 구조적 불황이나 산업자체의 사양화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기보다 기업의 비합리·비경제적인 팽창논리와 정부의 과시적 정책전개로 이뤄진 것이 많다.
어찌됐건 결국 이 같은 부실의 정도가 경제자체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적 요인으로 등장했고 중앙은행 총재의 표현처럼 「앓는다고 죽일 수 없는 심정」으로 값비싼 치료를 국민부담으로 맡고 나서게된 셈이다.
부실기업정리를 놓고 주거래 은행과 인수기업간의 줄다리기도 만만찮다.
억지로 떠맡다시피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속으로 인수할 기업의 내용이 괜찮다 싶은 업체들도 「부실기업정리」라는 큰 흐름 속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후려치기」에 열심이다. 매매쌍방간의 가격차라는 것은 항상 있는 것이긴 하지만 조건이나 가격 면에서 실세와 동떨어져도 너무 떨어진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는게 은행쪽의 푸념이다.
대한중기와 풍만제지에 이어 합리화대상으로 꼽히고 있은 곳은 국제그룹계열사들이다.
국제상사의 무역·신발부문과 제주 하얏트호텔·부산 해운대호텔·통도사 컨트리클럽 등을 인수할 한일합섬은 이미 지난해 말까지 마지막 평가를 끝내고 합리화지정만 기다리고 있은 상태다.
이에 반해 연합철강·국제통운·국제종합기계 등을 맡기로 한 동국제강은 문제가 복잡하다
동국제강에 맡길 때부터도 말썽이 있었지만 연철 등의 전 사주이자 현재도 대주주인 권철현씨 측의 집요한 반발로 바람잘 날이 없는 상태다.
지난2월말의 마라톤 주총 이후 양쪽의 상황은 더욱 악화돼 맞고소바람이 이는가 하면 종업원들까지도 양쪽에 휘말려 앞을 가늠키 힘든 상황이다.
더우기 지난해부터 실시된 실사작업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제소도 있고 해서 또 한번의 정책적 단안이 내려지기 전에는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문제의 연철은 재실사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상사의 건설부문은 상은과 극동건설이 일단 공동 실사작업을 끝냈는데 무역. 신발부문의 분리과정에서 자산·부채에 대한 이견이 적잖아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상사 1개 기업에 부문별로 2개의 주거래은행과 2개의 인수기업이 걸려있어 일종의 「파워 게임」이 되고 있은 기미도 있다.
이밖에 국제방직((주)동방이 인수예정), 성창섬유(동양고무), 동자산업(대양금속), 국제제지(아세아시멘트), 조광무역(서우산업) 등 나머지는 합리화지정만 받으면 정식계약을 맺을 수 있는 상태다.
상은이 주 거래고 한국화약이 맡기로 한 정아그룹(구 명성그룹)과 한양유통은 정아쪽이 다소 문제다.
한양유통은 이미 가계약을 맺은 상태로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정아그룹은 상은과 한국화약의 자산평가가 상당한 차이가 나 매듭이 잘 안 풀리는 상대다.
정아그룹의 경영은 한국화약이 맡고 있고 상은은 차장급 직원1명만 파견, 자금관리를 하는 정도인데 최근 수기통장예금 (총1천66억원) 중 7백50억원 가량의 예금주와 화해를 해 일단 최소1년의 정기예금으로 묶어논 상태여서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건문제를 타결짓겠다는 생각이다.
조흥은행은 대성목재와 삼호가 크게 걸려있는데 유원건설이 인수키로 한 대성목재쪽에 마찰이 있다.
대성목재가 안고 있은 8백20억원의 빚 중에서 5백억원을 7년 거치 8년 분할상환하고 나머지는 조흥은행이 결손 처분한다는 조건에서 협상이 진행중인데 인천 공장부지 등의 자산평가에서 양쪽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성목재 자체를 되안게된 조흥은이나 본의 아니게 맡게된 유원이나 서로가 떨떠름한 상태라 문제가 적잖다.
이미 대림산업이 위탁경영을 하고 있은 삼호는 공동실사를 끝내고 부채2천5백억 원을 10년 거치 13년 분할상환의 조건으로 갚는다는데 원칙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을 위탁경영하고 있는 대자는 주 거래인 외환은행과 부채 4천6백억 원을 1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신규대출 2천억 원은 12년 거치 5년 분할상환조건으로 갚는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를 보았다.
부실의 정도가 크다보니 조건도 실로 파격적이다.
서울신탁은행은 한일상공을 놓고 적잖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진노가 인수의사들 밝히고 대외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도매상가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서울신탁은쪽의 생각은 자못 다르다.
진노가 제시하고 있은 자산평가액이 서울신탁은이 생각하고 있은 것의 절반정도밖에 안돼 그 조건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우기 올들어 고려개발까지 인수의사를 밝히고 나서 문제가 더욱 얽혀있는데 서울신탁은쪽은 고려개발의 제시조건도 턱없이 낮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인수상태를 결정치 않은 채 대상기업과 조건을 제값에 맞춰보겠다는 생각이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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