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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인식, 공인인증서 밀어내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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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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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가 갤노트7 홍채 인식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잠금 장치를 열고, 금융거래에서 공인인증서 대신 사용하며, 카드 결제 때 본인 확인 수단으로 활용한다.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홍채인식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은행·카드사들을 홍채 보안 시스템에 합류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홍채 보안 생태계(에코 시스템)’ 구축이다.

삼성, 내달 카드 결제에 이용
쌍둥이도 홍채 정보는 달라
보안 핵심 금융거래에 적합
삼성페이·모바일뱅킹에 적용
신개념 ‘보안 생태계’ 구축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생체인증개발 담당인 김형석 상무는 23일 서울 태평로 사옥에서 열린 ‘홍채인식 개발 과정 설명회’에서 “홍채 인증을 통한 금융거래 방식이 확산되도록 시중은행·카드사들과 업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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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홍채인식은 단순히 스마트폰에 신기술 하나를 탑재한 정도가 아니라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의 사용처를 넓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7에 적용된 홍채인식 기술은 현재 삼성이 제공하는 본인인증 서비스 ‘삼성패스’로 활용된다.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모바일뱅킹에서는 삼성패스를 통해 로그인, 계좌 조회, 이체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에서는 로그인 기능으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사들과도 삼성패스 사용을 협의 중이다. 카드사들과 협의가 끝나면 삼성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인 ‘삼성페이’에서도 지문인식 대신 또는 병행해서 폰에 저장된 홍채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홍채인식을 통한 삼성페이 서비스는 다음달 중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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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해온 삼성전자가 홍채인식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뛰어난 소프트웨어는 소비자의 생활 습관을 바꾼 뒤 그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며 “후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 카카오톡을 대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최초로 등장한 삼성의 홍채인식이 범용성을 확보하면 소비자들을 계속 잡아두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5년에 걸친 홍채개발 투자가 소비자 ‘락-인(ROCK-IN) 효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아이폰도 내년쯤이라야 홍채인식 기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생체정보 가운데 홍채인식 기능이 모바일에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동공 주위에 위치한 홍채는 영유아기에 형성되면 평생 변하지 않는다. 좌우 홍채의 정보가 모두 다르고 쌍둥이 간에도 완전히 다를 정도로 고유한 패턴을 갖고 있다. 지문은 살면서 조금씩 변하지만 홍채는 눈 안쪽에 위치해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쌍둥이도 홍채 정보는 다르다.

김 상무는 “지문은 1000만 명 중 한 명이 같을 수 있지만 홍채는 10억 개를 비교해야 유사 패턴이 나오는 정도라서 개인 식별용으로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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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에는 홍채인식 기능을 담기 위해 기기 상단에 홍채인식 전용 카메라와 적외선(IR) LED가 탑재됐다. 삼성의 홍채인식 기술은 이 적외선을 광원으로 눈동자를 촬영한 뒤 눈꺼풀과 동공을 제외한 홍채 영역만을 찾아낸다. 그러고는 모세혈관 모양, 색깔 등 생체 특성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 암호화한다.

홍채인식 기능을 사용할 땐 유의할 점도 있다. 우선 최초 입력 시 렌즈나 안경을 벗고 촬영하는 것이 좋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인식 시스템이어서 렌즈와 홍채 사이에 광학적으로 왜곡할 만한 물질이 있으면 특성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이렇게 촬영해 스마트폰이 생체 특성을 인식하고 나면 평소 사용할 때에는 일반 안경이나 렌즈를 낀 상태에서도 본인 인식에 문제가 없다. 다만 다중초점렌즈나 적외선 차단 코팅렌즈를 끼고 있으면 본인 인식이 되지 않는다. 또 햇볕 아래에서 안경렌즈에 빛이 반사될 경우에도 인식이 원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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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노트7은 지문과 홍채인식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둘 다 등록해 놓고 홍채인식이 안 되면 지문 인증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저장된 홍채 정보는 스마트폰 안에서 겹겹이 방어된다. 삼성의 보안 프로그램 녹스(KNOX)가 일차적으로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막는다. 특히 홍채 정보는 ‘트러스트 존’이라는 별도의 하드웨어에 보관되는데 이 트러스트 존에도 녹스가 둘러쳐져 있다. 이중 보호되는 셈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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