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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으로 버텼는데…건설업계 먹거리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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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상반기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에 이어 국내 주택공사 수주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1개 건설사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31조107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4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34억원(79.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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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실적 개선은 분양 경기 호황의 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70만 가구가 분양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대규모 공급에도 이 기간 미분양은 4만~5만 가구 수준이 유지됐다. 그만큼 분양성적이 좋았다는 얘기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72.3% 증가한 대림산업의 경우 상반기 국내 주택부문 매출액이 1조81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0% 늘면서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주택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산업개발도 매출이 2.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9%나 올랐다. 분양률 상승으로 기존 사업장의 수익성이 좋아진 영향이다.

상반기는 선전, 주택 공사 줄어 고민
해외 건설도 40% 감소해 겹주름
“임대·부동산 개발에 관심 가져야”

그러나 수주 감소가 가시화하면서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건설 수주는 이미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올해 1~7월 164억 달러의 해외건설을 수주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저유가 영향으로 중동 발주가 줄어든 데다 대규모 손실을 경험하면서 건설사가 해외 수주에 신중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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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걱정거리는 그간 불황의 돌파구가 돼준 국내 주택수주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국내건설공사 수주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6.6%로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대 건설사 중 9개 업체(현대산업개발 제외)의 상반기 주택부문 수주액은 14조4066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9%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36%에 불과하다. 올해까지 분양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내년 이후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주택수주는 더 줄어들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기존과 다른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연구원 의 김민형 연구원은 “일회성 수익이 아닌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을 위해 분양 중심의 사업을 임대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해외건설 지금은 국내주택부문에 밀려 위축돼 있지만 시장환경이 변하면 다시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저가수주 굴레를 벗기 위해선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역량을 기르고 고부가가치 공정으로의 사업다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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