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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의원 100원도 안하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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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서 C형간염 집단 감염 의심 사례가 또 발생했다. 원인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또 터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대의원(현재 JS의원)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신고돼 역학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그런데 C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대개 주사기 공동사용, 수혈, 혈액투석 등 혈액을 매개로 전파된다.

앞서 발생한 사건 역시 병·의원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현대의원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기관으로 보건당국에 신고가 들어와 역학 조사를 시행한 사례다.

병·의원이 1개당 50원~100원 정도인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주사기 사용이 크게 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경영이 어려워진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비타민주사나 미백주사 등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다양한 수액 주사를 처방하고 있는 게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현대의원도 신경차단술·통증치료 등을 위해 각종 주사제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주사제 처방이 빈번한 한국의 의료 문화도 C형 간염 집단 감염의 배경으로 꼽힌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감염 관리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의 효과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얼마나 많은 병·의원이 ‘주사기 재사용 않기’와 같은 혈액 감염 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복지부는 3월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용품을 재사용해 보건위생상 중대한 위해를 입힌 의료인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또 현재 표본감시 대상인 C형 간염을 전수감시 대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전수감시를 한다면 개별 감염 사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조기에 집단 감염을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C형간염의 조기발견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캐나다·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C형 간염을 전수감시하고 있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주사기나 면도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이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예방법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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