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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NASA도 손 잡았다…51가지 질병 분석 모바일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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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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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는 30대 중반인 최재규 대표의 두번째 창업이다. 그는 부산과학고를 2년만에 수료하고 1997년 KAIST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첫 창업은 2005년, 학교 선배와 세라젬메디시스를 설립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엘리마크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방법이 무엇일까?”

안드로이드 OS용 진단기 개발 후
NASA와 우주인 건강관리 연구
하버드와 손잡고 가나에도 공급
국내 병원에 적용위해 테스트 중

2014년 10월 바이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BBB를 창업한 최재규(36) 대표의 고민은 해외 진출이었다. 창업 6개월 만에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바일 체외진단기 ‘엘리마크’ 개발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인지도와 신뢰가 부족했다. 최 대표가 생각한 해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리서치센터. 이곳에서 우주인의 건강을 관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에임스리서치센터에 “당신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다. 에임스리서치센터에 응답을 했다. BBB의 사업계획서를 시작으로 혈액진단기의 특징부터 장점,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 계획과 같은 정보를 요구했다. 최 대표는 에임스리서치센터에 직접 가서 면접도 봤다.

지난해 8월 드디어 NASA 에임스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실에 ‘BBB’라는 명패가 붙었다. “한국의 스타트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며 최 대표는 웃었다. 에임스리서치센터와 BBB는 현재 우주인을 위한 모바일 혈액검사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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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와 손을 잡자 글로벌 시장에서 BBB를 알아보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의학계도 주목했다. 지난해 9월 미국 하버드 의대는 BBB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 기기를 아프리카 가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가나의 최대통신사 MTN과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그는 “가나에 수출하는 통로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BBB와 독점계약을 맺은 녹십자MS는 이 기기를 한국 병원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 작업 중이다. 현재 2곳의 대형병원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올 11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박람회 메디카에서 차기 제품을 공개한다. 지난해 나온 제품은 녹십자MS의 OEM(위탁생산) 제품이지만, 차기 제품은 BBB 이름으로 수출을 하고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10만 대 이상을 수출하고,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해외에서 BBB의 모바일 체외진단기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의 기기로 51가지의 질병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금껏 한 기기에서 다양한 질병을 분석할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며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누가 먼저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마크에는 3G와 무선인터넷(Wi-Fi) 기능이 있다. 차세대 기기에는 LTE까지 탑재된다. 통신 기능을 접목하면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전송할 수도 있다. 이를 저장하는 플랫폼도 준비했다. 저장된 데이터는 사용자의 승인 여부에 따라 의사와 헬스케어 기업이 공유할 수 있다. 추후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최근 BBB에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기술전문 투자사인 아이디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미래에셋캐피탈이 55억원을 투자했다. 15일에는 KT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 대표는 “통신사와 손을 잡았다는 것은 우리가 개발한 기기를 일반인에게 선보일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최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학사)와 바이오및뇌공학(석사)을 전공했다. 대학 4학년이던 2000년 3월 학교 선배가 창업한 한국 최초의 당뇨 분석기 제조 판매사인 올메디쿠스에 병역특례로 입사하면서, 바이오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2005년 1월 바이오진단시약과 혈액분석기를 개발하는 세라젬메디시스를 공동창업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회사를 키워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 단독으로 BBB를 창업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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