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 여망대로의 대합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 개의 기관 거가 마주보고 달리는 상황』 에 비유되었던 정국은 「4·30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게되었다. 비로소 문제를 쌍방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중요한 진전으로 이번 회담은 평가되어 좋을 것이다.
이날 전두환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건의하면 재임기간 중에도 헌법개정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다.
뿐더러 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민우 신민당총재와의 단독면담을 약속했고 노태우 민정당대표위원에게는 야권의 실세를 대표하는 김영삼씨와 만나도록 지시, 정국타개의 길은 한결 넓어졌다.
이 같은 전 대통령의 큰 양보에 의한 개헌논의의 새로운 국면을 맞아 우리는 정치권력의 모든 세력들에 대해서도 대국적인 시각에서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의 추이를 지켜봐 주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여야는 하루속히 원내기구를 구성, 그 시기와 내용을 다루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
가장 서두를 일은 개헌시기에 대한 합의다.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야당의 가두서명으로 빚어질 충돌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각계로 번지고 있는 시국선언이나 학생들의 소요사태도 차츰 진정의 길로 접어들어 만성적인 사회불안이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다.
현 집권세력인 민정당의 입장과 86년 개헌을 주장하는 신민당의 입장으로 미루어 시기합의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오늘의 정국전환이 시사하듯이 개헌의 시기나 내용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생각하는가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개헌문제는 여야의 합의보다는 국민의 요구대로 라는 원칙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개헌욕구가 정부선택권의 확보에서부터 분출되긴 하였지만 아직 이렇다할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룩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권력구조를 대통령중심제로 하느냐, 내각 책임제로 하느냐가 당장 쟁점화 할 것이고 대통령중심제가 되어도 반드시 직선제여야 하느냐 에는 여야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다.
그럴수록 국민으로부터 정치를 위임받은 정치인들은 국민의 진의를 통찰하는 사심 없는 노력이 요구되며 그런 국민의사의 기초 위에서 개헌문제를 다루어 나가야 한다.
이제 만일 여든, 야든 때 만난 듯이 사심과 당리당략을 내세워 국민의 진의와 동떨어진 「정상배」적 차원의 정치 판을 이끌어 간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어느 쪽이건 자신의 주장만이 지고지선 이라고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모처럼 성숙된 타협분위기는 깨지거나 움츠러들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런 뜻에서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해야 옳다.
지금까지 헌법논외의 윤곽을 보면 신민당은 대통령직선제를 당론으로 이끌고 갈 것 같고 민정당은 이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내각책임제·이원집정부제 또는 대통령 중심제로 하되 국회에서 간접으로 선출하는 방식 등이 사건으로 비친 일도 있었다. 앞으로 어떤 대안이 제시되건 모든 방안은 국민합의의 기반 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여과되어야한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절충의 테크닉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존·공생의 기틀을 다지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종래와 같은 제로섬이 의 전투방식으로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 발짝씩 물러서서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입장을 헤아리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 마음 조이던 국민들의 한결같은 요망이기도하다.
불행했던 우리의 헌정사로 미루어 일인장기집권의 지양 만해도 중요한 약속이며 진전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사회발전속도는 정치구조의 선진화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전 대통령의 결단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대세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바탕 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반기고 환영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89년 개헌은 아직도 소신이라고 밝히면서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임기 중 개헌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결국 국민의 여망을 자신의 소신보다 더 존중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참으로 어렵사리 이룩한 이번 전기가 정치인들의 타협기술부족으로 헛되이 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여야정치인들은 이제야말로 국민을 염두에 둔 실세 정치로 다시는 헌정사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대 합의를 찾아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