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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사건 발표 늦춰 피해 크다" 비난-소 원전사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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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당국은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화재 사고현장이 매우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어 서방 언론들의 접근 취재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 외무성의 사조노프 대변인은 『지금 당장 취재가 가능한지 여부는 잘 알 수 없으나 현장이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
구공체(EC) 핵 안전위원회는 29일 소련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소식을 신속히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회의 「데이비드」위원장은 『체르노빌 핵전사고는 우려할만한 사고이며 소련은 발표를 늦춤으로써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보인다』 고 지적하고 『위원회 자체는 소련과 직접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EC회원국들이 소련에 이 문제를 제기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소련의 유전학자 조레스·메드베데프 씨는 29일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원자로 파손 사고는 원자로 외부의 보호장벽이 없었기 때문에 누출된 방사능이 더욱 멀리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
지난 58년에 발생한 우랄지방의 핵발전소 누출 사고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메드베데프씨는 이번 사고가 지난 79년 미국 드리마일 섬의 방사능 누출사고와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그러나 『미국의 경우 외부보호 장벽설치가 일반화 되어있는 반면 소련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다량의 방사능 누출피해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방사능 감염의 증상이 4∼5주 지나야 드러나기 때문에 현재 사상자수를 점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드리마일」보다 더 커>
최근의 소련 핵발전소 사고는 미국최악의 핵 사고로 기록되는 드리마일 섬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79년)보다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미국과학자들 및 관계 정부관리들은 추측.
당시 드리마일 핵 누출사고는 연료실의 밸브 및 압력 지시기가 고장나 핵연료가 부분적으로 녹아 내린 데다 작동자의 과실까지 겹쳐 대형 방사능 누출을 초래했는데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주민 25만명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조지타운대 국제 전략연구센터의 소련인 에너지 전문가인 「구스타브슨」박사는 소련 원자력 발전소는 대부분 중성자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며, 또 원자로 보호용기도 갖추고 있지 않아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
소련도 최근 신설되는 핵발전소에는 서방측 핵발전소와 같이 누출방사능이 번지지 못하게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용기를 갖추고 있지만 현재 소련내 39개 원자로 가운데 대부분은 이런 장치가 없다는 것.

<안전장치 완벽 선전>
소련은 사상최악의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킨 체르노빌 핵발전소를 사고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핵발전소의 전형적인 모델로 찬양했었다.
관영 소비에트 라이프지는 지난 2월호 미국 판에서 체르노빌 발전소에 관한 8페이지 짜리 특집기사를 싣고 체르노빌 발전소는 『콘크리트 격납고 속에 들어있으며 자체 환경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어 사고가 나더라도 수분이내에 자동제어장치가 작동, 자동적으로 원자로의 가동이 폐쇄 되도록 돼 있는 완벽하게 안전한 핵발전소』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체르노빌 발전소의 원자로가 용해될 확률은 1만년에 한번정도로 희박하며 어떠한 사고도 막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면서 따라서 발전소 주변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었다.
국제 원자력기구(IAEA)는 소련이 IAEA의 회원임에도 불구, 체르노빌 원전이 사전에 이 기구의 안전성검사를 방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원전발전량은 10%>
소련은 총 에너지수요의 10%를 원자력발전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핵에너지의 비중을 대폭 증가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미 「아덴만」국장은 사고발전소의 인근지역이 극히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반경 30㎞이내의 주민들은 모두 소개됐다고 하지만 풍향이 바뀔 경우 사고 지점으로부터 96㎞ 떨어져 있는 인구 2백50만 명의 키에프 지역도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소련상공을 비행중인 미KH-11 스파이 위성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4개의 원자로 중 가장 남쪽 원자로에서 화학적 폭발이 있었다. 원자로의 지붕이 날아갔으며 원자로 벽이 무너졌고 30일 현재 아직 불길에 싸여 있다』고 말했다.
이 발전소는 발전용량 -1백만kw의 원자로 4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모두 정전량의 1%정도가 손실을 보게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소련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중심부는 섭씨 4전도에서 용해 됐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대기 및 수질오염이 예상된다고 미국의 아델만 군축국장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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