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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시작된 부르키니 착용 금지 논란 이탈리아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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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5개 지자체가 해변과 공공 수영장 등에서 무슬림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 착용을 금지한 이후 전 세계에서 브루키니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지중해의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에 이어 최근 뢰카트, 오에-플라즈, 르 투케 등 휴양도시 3곳도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이 해수욕장에 가는 것을 31일까지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 도시의 시장은 공공질서 위협, 안전,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프랑스 정치인들도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인 부르키니가 자유와 평등의 나라인 프랑스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지역신문과 인터뷰에서 “3곳 도시의 조치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 부르키니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 17일 프랑스 신문 라프로방스 인터뷰에서 “부르키니는 여성 노예화에 토대를 둔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스 총리는 “여성은 불결하므로 온몸을 가려야 한다는 신념은 낡은 생각”이라며 ““부르키니는 프랑스 가치와 양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슬림 사회에선 부르키니 금지가 무슬림 차별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오르내리는 발스 총리의 입에서 부르키니 금지 옹호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무슬림 사회와 외국 언론 등은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웃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기민당(CDU) 소속의 각 주 내무장관들이 지난 11일 연방 정부에 부르카 착용 전면 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부르카 전면 금지 요청을 거부한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온몸을 가린 여성은 독일 사회에 녹아들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고 부르카 착용을 우려했다.

프랑스 이슬람탐구재단의 레모나 알리도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통합과 포용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억압받고 배제됐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여성들을 스스로 주변부로 걷어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 프랑스의 부르키니 금지는 ‘편견이며 가부장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이스는 부르키니를 개발한 여성 디자이너 아헤다 자네티를 인용해 부르키니를 디자인한 이유가 신체 노출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 해변을 누리며 수상 스포츠를 즐길 자유를 제공하는 데 있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극단주의에 맞서는 명분으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것은 어리석은 조치”라며 “온건한 무슬림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상처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테러 피해가 없었던 이탈리아까지 부르키니 허용 논란에 휩싸이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이탈리아 통신 안사는 최근 이탈리아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르키니 허용 여부에 대한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반이민 극우정당 북부리그(LN)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는 전날 “부르키니는 여성 억압과 폭력의 상징물”이라며 “이탈리아 모든 해안 도시 시장들은 프랑스 도시들처럼 해변에서 부르키니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르키니 금지 주장이 확산되자 좌파 연립 내각은 이에 즉각 대응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18일 “부르키니 착용이 위법은 아니다”며 “현재까지 이탈리아는 안전하며 이는 우리가 무슬림에 대한 거부 의사를 결코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 이슬람 성직자들이 테러 연루 혐의로 연달아 추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르키니 논쟁은 쉽게 누그러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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