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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내전 중인 남수단, 올림픽 첫 출전…그 뒤에 한국인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톡파원J 박린 기자입니다.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남수단이 리우 올림픽에 육상선수 3명을 극적으로 파견했는데요. 그 뒤에는 한국인 임흥세(60)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있었습니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은사인 임 부위원장은 2007년부터 남아공에서 축구 선교활동을 펼치고 2012년 남수단으로 건너가 2013년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때, 세계랭킹 198위 남수단은 2013년 적도기니 꺾고 남수단 축구 사상 첫 승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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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선수단과 임흥세 부위원장. 박린 기자

남수단은 지금 이 시간도 정부분과 반군의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고, 임 부위원장 집 바로 앞에 있는 벽에 총알 박힐 정도인데요. 임 부위원장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에 희망을 안기겠다며, 남수단의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습니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최소 5개 종목이 국제연맹에 가입해야 합니다. 남수단이 올림픽 도전을 시작할 땐 축구와 태권도만 국제연맹에 가입됐었죠. 리우에서 만난 임 부위원장은 "유도는 국제유도연맹에 이메일만 100통 보내는 등 노력한 끝에 9개 종목을 가입시켰다"고 전했습니다.

마침내 남수단은 지난해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 206번째 가맹국이 됐습니다. 임 부위원장은 "리우로 출발하는 날 남수단에서 교전이 발생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줄 알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어요.

임 부위원장은 "남수단은 내전 중 수만명이 죽어 18세 미만이 80%다. 소년병들은 코카인을 흡입하고 전쟁에 나선다"며 "남수단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100달러고, 난 월급이 8개월 월급 밀렸지만 괜찮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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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선수들이 리우 선수촌에 있는 `정전벽`을 찾았다. 박린 기자

임 부위원장과 남수단 선수들은 리우 선수촌 정전벽(올림픽 기간 전쟁을 일시 중단하자는 의미로 세운 벽) 앞에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는데요.

남수단 육상 선수 마르그레트 하산은 "코트디부아르 축구선수 디디에 드록바가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걸 봤다. 그 때 드록바는 정부군과 반군을 향해 하루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고 전쟁이 진짜 중단됐다. 우리도 남수단의 내전을 멈추게 하고, 가난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산은 "코치 림(임흥세)과 대한민국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 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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