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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 여름 열대야 서귀포만큼 자주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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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공원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여름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수가 제주도 서귀포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6일로 제주시에 이어 2위
열섬현상 탓 밤에도 열 배출돼
해발고도 높은 곳 열대야 없어

훨씬 북쪽에 위치한 서울이지만 도시 열섬 현상으로 인해 밤 사이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은 탓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18일 고려대기환경연구소와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열대야가 발생한 것은 이날 새벽까지 포함해 모두 26일로 집계됐다.

남쪽 제주시가 모두 34일로 전국에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서울이 서귀포시와 함께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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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까지 전국 주요지점의 올 여름 열대야 발생일수를 보면 인천이 25일로 서울의 뒤를 이었다. 남쪽의 전남 목포와 여수가 24일이었고, 부산은 23일이었다. 또 경북 포항과 경기도 수원이 20일, 광주 19일, 충북 청주 17일, 대전 16일, 전북 전주 14일, 대구 12일, 울산 10일이었다. 대체로 대도시와 남쪽에 위치한 도시들에서 열대야 발생일수가 많았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소장은 "서울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이틀뿐이었다"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열대야가 자주 발생한 것은 도시 열섬(heat island) 현상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열섬현상은 도시 중심지역이 외곽지역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 둥근 섬처럼 주변과 구별이 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여름철 강한 햇볕은 도시의 빌딩과 도로 표면을 가열시키고, 거기에 저장됐던 열이 새벽과 아침까지 발산되기 때문에 밤 사이 기온이 덜 떨어지고,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열대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공장과 주택,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열이 더해져서 도시 중심의 기온을 높인다는 것이다. 반면 숲이나 산림, 농지 등이 많은 교외지역은 열 축적이 일어나지 않고 복사냉각도 활발해 도시 중심보다 밤 사이 공기가 빨리 식는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의 경우 열대야 발생일수가 1일에 불과했고, 경기도 여주도 3일이었다.

정 소장은 "같은 제주도라도 제주시는 서귀포보다 도시가 더 발달돼 있고, 남쪽으로부터 육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서귀포보다는 열대야 발생 횟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측지점의 해발고도 역시 열대야 발생일수 집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대관령(관측지점 해발고도 772.6m)·태백(712.8m)·정선(307m), 충북 제천(259.8m), 경북 봉화(324.3m)·영주(210.8m)·문경(170.6m) 등지에서는 열대야가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반면 포항은 측정지점 해발고도가 2.3m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많은 열대야(20일)가 관측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경주(39.1m)는 올 여름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지만 열대야 발생일수는 3일이었다.

서귀포(49m)도 관측지점 고도가 제주시(20.5m)보다 높다. 서울은 관측지점인 종로구 송월동의 해발고도가 85.8m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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