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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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응모 편수도 늘고 봄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아졌습니다. 봄기운이 움츠렸던 우리의 감성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겠지요. 금주에는 봄나들이 옷으로 갈아입는 기분으로 봄의 노래들을 다양하게 골라 보았습니다.
『봄』 은 감각이 퍽 신선해서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눈과 얼음에 갇혔던 산천초목이 새 생활을 위해 부지런히 몸짓하는 것을 연극이 끝난 극장 관람석의 술렁임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군요. 돋아나는 새싹을 「꿈의 부리」라 한 것도 재치가 넘칩니다.『사랑은』 을 보면 봄은 사람의 계절이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젊은 연인들이 풀꽃으로 꽃반지를 지어 서로 상대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아름다운 정경이 상상되어 즐겁습니다. 그러나 이 작자는 이 사람을 단순히 낭만적 서정으로 처리 해버리지 않고 이지적인 눈으로 파악하여 자기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하고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꽃반지를 만들어 그 원안에 영원히 갇혀드는 일이라고요.
『산비둘기』 는 사설시조. 독자 작품으로는 꽤 귀한 것이지요. 초장에서 현상을 제시한 다음 중장은 가상적인 상대자를 설정해 놓고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종장은 남의 말을 전달하는 식의 간접화법을 쓰는 등 다양한 표현법을 쓰고 있군요. 누구나 알고있는 단순한 설화 내용이지만 이런 표현의 변화 때문에 싱겁지가 않습니다.
『온양 나들이』 는 세 수로 된 것을 두 수로 줄여서 정리해 본 것입니다. 시즌을 맞아 마치 관광 안내나 하는 것 같은 작품이 되었지만 시조는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보기가 되겠지요. 작중 「맹씨행단」 이란 세종 때의 청렴한 명재상 고불 맹사성의 고택. 그의 인간미 넘친 많은 일화들이 생각납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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