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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론스타에 매각'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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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외환은행을 미국의 투자회사인 론스타에 파는 방안이 구체화 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32.5% 전부 또는 일부를 론스타에 팔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金부총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경영진과 주주들은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은행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정부 지분을 매각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외환은행은 주당 매각가격을 놓고 론스타측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분 매각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을 내고 외환은행 지분의 51%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지분에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지분율 32.55%)가 보유한 지분의 일부를 사들이겠다는 계산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론스타는 현재 주가(22일 3천7백7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6천~7천원선에서 매각가격을 절충하고 있다. 다만 코메르츠측이 적어도 원금(주당 8천원선)은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3천억~5천억원의 주식을 발행하고 론스타가 이를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양측은 가격협상을 매듭짓는 대로 이르면 다음달 초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지난해 서울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에도 참여했었다. 금융계에서는 론스타가 은행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 회사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대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거액의 손실을 입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지난 3월 말 8.55%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은행은 지난 5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 BIS비율을 9%대로 높이긴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권고치(1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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