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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실 업체 정리는 빠룰수록 좋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건설 현장에서 돈이 남는다면 딴데서가 아닙니다. 바로 「손끝」에서 남아요』
『일을 하려면 한이 없고 안하기 시작하면 또 할게 없는 것이 현장 일이에요』
『도대채 아랍어 몇마디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 하나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에 아랍어 교실을 처음 열었읍니다』
『이 사람들하고는 우리도 쇠고집으로 끈기있게 마주앉아야 합니다 .2년이고 3년이고 버틸작정을 해야돼요』
『처음 현장을 인수했더니 거의다가 말뿐이지 문서화 되어있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요즘은 모조리 문서화 시킵니다. 문서가 없으면 이쪽에서 일을 못하거든요』
『고급인력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미국박사」에 약하기는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계약서 조항 하나 바꾸더라도 2∼3년 뒤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더 멀리 더 먼저 내다보아야지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같이 평범한 현장의 「경영어록」을 깨우치고 실천해나가기 위해 우리는 그간 그토록 비싼 부실해외건설의 댓가를 치렀다고 해도 별로 지나친 말은 아니다.
(주)대우가 인수하여 끌어나가고 있는 경남기업 현장의 사례를 보자.
지난 84년12월 대우가 경남의 현장을 인수했을 때 담맘 방위군공공시설공사 (SDP)는 계약상의 공기가 겨우 열홀 남깃 남아있었는데도 공정은 약 30%정도밖에 진척돼있지 않았고 디랍 방의군주택공사(NDH)는 86년 2월23일까지 가계약 공기였으나 현장의 상태는 가설공사와 토폭공사가 조금 되어있을 뿐이었다.
당시 대우는 「전권」을 장악한 중동본부장을 파견하고 서울에서의 금융지원으로 3천만달러(약2백50억원) 를 가져다 밀린 노임과 자재대금을 청산하는 한편 도저히 공기내 완공이 불가능한 현장의 공기연장 교섭에 들어갔다.
계약서의 공기조항을 바꾸는것은 페널티를 물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통례다.
그러나 결국 대자는 NDH의 공기를 15개월 연장하고 덧붙여 2백만달러의 추가공사비를 따냈으며 SDP도 공기를 15개월 연장하는 한편 역시 3백60만달러의 추가공사비를 따냈다.
그리고 1년간 일을 한뒤 따져보니 월평균 현장직원의 수는 인수당시 4백40명에서 85년 3백80명으로 줄었으나 직원1인당 기성고는 인수당시 9만8천리얄에서 85년 18만4천리얄로 늘어났다.
또 월평균 기능공의 수도 인수당시 3천8백명에서 85년 3천5백명으로 줄었으나 기능공 1인당 기성고는 인수당시 1만1천리얄에서 85년 1만9천리얄로 늘어났다.
또 그간 경남기업은 국내은행들에 의해 D급으로 분류돼 신규수주가 금지되어있었으나 지난해10월 D급에서 B급으로 승격돼 올들어 규모는 비록 작지만 7천만달러 규모의 신규수수를 따내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장 기능공의 「손끝」은 물론 최고경영자의 「손끝」까지 현장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모두 동원되고 (김우중회장은 그간 한달에 한번 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 현장감독관으로부터 고위관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만나고 다니며 공기연장건을 성사시켰다) 계약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이잡듯이 검토해 불필요한 공사를 「계약액의 삭감」없이 떼어 내버렸으며 「미국박사」를 동원해 기본설계 승인을 재빨리 받아냈다.
대우의 경남기업인수 사례는 비록 국내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지원등 국민경제 전체가 비싼댓가를 톡톡히 치렀지만 그만큼 사우디아라비아 부실현장의 정리는 비교적 빨리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예라고 할수 있다.
반면 삼호의 현장을 인수해가고 있는 대림산업, 남광토건의 부실정리를 맡고있는 쌍룡종건의 경우에는 하루라도 빨리 서울에서의 실사 인수조건의 합의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 현장 실무자들의 공통된 요망사항이다.
정식 인수계약이 맺어지지않은 상태라 현장을 넘기는 측과 넘겨받는 측끼리 봉급체계, 직외체계등의 조정 작업부터가 하루 이틀썩 늦어지고 있어 그만큼 공기가 지연되고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해외건설의 부매정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는 교훈을 중동 건설의 현장에서는 새삼스레 실감 할 수 있다.
앞으로의 해외건설 전망은 어전히 불투명하다.
가장 큰 제약은 역시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 각국의 경제사정악화다.
가장 큰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만해도 82/83회계연도에 무려 10.7%의 마이너스성장 (국내총생산증가율기준)을 한데 이어 84/85회계연도에 다시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83∼85년간 쌓인 경상수지적자는 6백50억달러를 넘어서리라는 통계도 나와있다.
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상시 예산공표 연기」라는 내각규정을 처음 발동, 국왕칙령으로지난 3월11일 개시되었어야 할 86/87회계연도 예산집행을 일단 5개월간 연기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중동각국의 강도 높은 자국화정책추진이나 발주량의 급격한 감소,공사대금 원유결제비중의 증가,유보금처리 지연등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조치인 것이다.
부실해외건설의 교훈을 적어도 요즈음의 중동건설현장에서 새삼 곱씹을 필요는 없고 또 그럴만한 여유도 없다.
이제 남아있는 「정예군」들의 사기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고 부실현장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견실한 업체는 계속 남아 더욱 실속있는 해외건설을 다져가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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