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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키우겠다” 중국 탁구선수 입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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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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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부부가 중국인 탁구 유망주를 양녀로 받아들여 우리나라 탁구 선수로 육성하려 했으나 입양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금메달 땄던 선수 포함 4건 신청
법원 “본말전도” 입양 불허 결정
미국 대표팀은 6명 중 5명 중국계

14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사22단독 김형률 판사는 올해 초 한국인 김모씨 부부가 중국 국적의 청소년 탁구선수 K(19)를 입양하겠다며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신청에 대해 지난달 불허 결정을 내렸다.

김 판사는 “김씨 부부는 K의 탁구 기량과 한국 국적 취득 의지를 들어 입양이 K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하다고 주장했지만 국제대회 출전이나 국적 취득을 위해 입양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김 판사는 “K가 만 18세가 되도록 중국 친부모의 양육을 받으며 자라 최근 중국 명문대에 진학했고, 김씨 부부와는 과거 별다른 친분이 없었다. 자신의 국적을 포기하고 그동안 쌓은 사회관계를 손상하면서까지 입양돼야 할 특별한 필요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올해 김씨 부부를 포함해 한국인 부부가 중국인 탁구 유망주를 입양하겠다고 낸 신청 건수는 총 4건이다. 김씨 부부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고, 나머지 입양 신청자 3명 중 2명은 김씨 부부의 판결 직후 신청을 취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취소한 입양 신청자 중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있었다.

입양을 신청한 한국인 부부들은 “실력이 뛰어난 중국 인재를 한국으로 귀화시켜 국가대표로 키우겠다”고 입양 이유를 밝혔다. 한 부부는 “입양 허가가 나면 모 실업팀에 보내기로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신청서에 적기까지 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경우 입양 즉시 특별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특별귀화는 일반귀화와 달리 3년 이상의 거주 기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이 입양 신청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은 입양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는 안 된다는 사회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천륜을 인위적으로 맺어주는 입양 제도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탁구 대표팀 선수 6명 중 5명이 중국 출신이다. 오스트리아·독일·네덜란드·호주 여자탁구 대표팀에도 2명씩의 중국계 선수가 있다. 이들은 모두 귀화했다. 국내에도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22) 선수가 있다. 중국에는 약 3000만 명의 탁구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선수들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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