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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멕시코전 승리한 손흥민이 가장먼저 달려간 곳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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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대표팀의 8강 진출 현장에 있었던 톡파원J 김지한 기자입니다.

멕시코를 상대로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가 후반 32분 권창훈의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 축구는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축구 8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2승1무(승점 7)를 거둔 건 이번 대회가 처음입니다.

전 대회 우승팀 멕시코, 우승후보 독일을 제치고 C조 1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거둔 성과는 대단했습니다. 8강 진출을 확정한 선수들은 서로 껴안고 크게 기뻐하면서 자축하는 분위기였는데요.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던 선수들은 곧바로 응원해 준 교민과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손흥민이 한 사람을 보고 크게 반가워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이내 다른 선수들도 한 사람에게 달려가 환호했습니다. 누구였을까요? 바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자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등 2회 연속 올림픽 축구에 출전했던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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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대표 선수들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멕시코 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뒤 관중석에 있던 이천수를 향해 모여들었다.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알고 보니 이 위원은 자선 기부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브라질에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이 위원은 '슛포러브-리우 천수가 간다'라는 프로젝트 캠페인을 위해 지난 5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사우바도르, 브라질리아 등을 다녔고 이어진 여정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업로드한 영상을 클릭하면 조회수 1회당 1원씩 기부돼 전액 소아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사용됩니다. (관련 페이지: 리우 천수가 간다- www.facebook.com/shoot4love )

손흥민을 비롯해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한 이 위원은 기자와 통화를 통해 후배들을 본 소감을 밝혔습니다. "잘 싸워준 후배들이 너무 고마웠다"던 이 위원은 "경기장 밖에서 올림픽을 본 건 처음이었다. 원정을 오는 것 자체가 힘든 어려운 여건에서도 승리를 만든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후배들에게 고맙고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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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 슛포러브]

이어 "축구를 하면서 받은 사랑을 베풀고 싶었는데 기회가 와서 돕게 됐다"는 이 위원은 "영상 클릭을 통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게 새롭다. 전액 소아암 환우들을 돕는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위원 하면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등 2차례나 올림픽에 나선 경력이 있는 '올림픽 베테랑'입니다. 특히 아테네 대회 때는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56년 만에 올림픽 8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올림픽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위원은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당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잘 했다. 브라질월드컵을 치르긴 했지만 여기(브라질) 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3일마다 이동해야 하고, 긴장감, 부담감도 크다. 그런 걸 다 이겨낸 후배들이 조금만 더 단결하고 집중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8강에 올라오면 런던 올림픽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만하다"던 이 위원은 "우리는 어떤 목표를 뚜렷하게 갖고 있다. 8강에서 상대(온두라스)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도 갖췄다. 좀 더 단합하는 마음으로 조화를 이뤄서 8강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은 11일 양궁 경기가 열리는 리우에 간 뒤, 14일 축구 8강전을 보기 위해 벨루오리존치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축구 외에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렌다"고 하더군요. 이 위원의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에 후배들이 응답할 수 있을 지, 지켜보겠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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