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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에 열흘 새 두 번 가는 北 대표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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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측에 해외노동자 파견을 제안한 김현일 주앙골라 북한 대사. [ANGOP 통신 웹사이트]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립 탈피 외교에 나섰다. 특히 열흘 새 앙골라를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어온 ‘절친’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다.

北 고위 인사 방문 접수하려는 나라 별로 없어
한국이 손 뻗친 절친 국가들 ‘방어전’ 성격도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동지(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대표단이 앙골라 인민해방운동 제7차대회에 참가하고 아프리카 나라들을 방문하기 위해 11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홍철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외무성 대표단은 지난 1일 평양을 출발해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을 방문했다.

북한 대표단이 잇따라 앙골라를 찾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은 과거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비동맹국가들을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되살리려는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말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찾은 김에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을 공식방문하려 했다. 이는 통상 북한이 이맘때 연례적으로 하는 동남아 외교의 일환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급 면담 등이 전제돼야 하는 이용호의 양자방문을 수용한 나라는 한 곳도 없었고, 결국 이용호는 라오스에서 곧바로 귀국했다.

남아프리카의 대표적 친북국가로 꼽혔던 앙골라도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이행보고서를 제재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북한과 선긋기는 하고 있지만, 간헐적 협력의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앙골라 ANGOP 통신은 최근 김현일 주앙골라 북한 대사가 7월 말 이틀 동안 앙골라 동북부 룬다노르트주를 돌면서 보건 및 건설현장에 더 많은 기술자를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29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에 어네스토 무앙갈라 주지사는 앙골라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1975년 당시 북한이 앙골라를 지원했던 과거사를 언급하며 “앞으로도 지역의 주요 행사와 문화 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최근 정부가 앙골라와의 외교에 신경을 쓰고 있는 데 대한 ‘방어전’ 성격도 짙다고 볼 수 있다. 올 2월 깐디두 뻬레이라 도스 산토스 반 두넴 앙골라 보훈부 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국가보훈처와 보훈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앙골라 정부는 박승춘 보훈처장을 초청했고, 박 처장은 지난달 앙골라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를 마뉴엘 비센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앙골라 정부 측 인사는 박 처장에게 북한과 상업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앙골라는 2015~2016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고, 지난 3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할 당시 의장국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각별히 협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측면이 있고, 북한도 이를 의식해 앙골라에 대표단을 계속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초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앙골라와 함께 방문한 DR 콩고 역시 직전 한국과 외교장관회담을 한 바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방한중인 치반다 DR콩고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 등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요청했고, 치반다 장관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모두에게 위협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이같은 적극적 외교는 하반기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올 하반기에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보일 것”이라며 “이를 주시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련된 도전이 크지만 우방국들과 공조하고 국내적으로도 단합해 헤쳐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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