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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남편 살해한 70대 “폭행 참고 살았는데…병원비·수발 걱정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남편을 둔기로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일명 ‘황혼 살인’을 저지른 70대 할머니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은 올해가 결혼 56년째다. 강원도 원주경찰서는 남편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A씨(75·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황혼 살인 할머니 영장

A씨는 지난 10일 오전 6시쯤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남편 B씨(74)가 욕실 전등을 교체하려다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자 둔기로 머리·목 등 신체 부위를 수십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욕실에서 남편을 때린 다음 거실까지 끌고 나온 뒤 쓰러지자 추가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B씨의 머리·얼굴·목 등 20여 곳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됐다.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사’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 B씨가 의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을 당시 의식이 있었다”며 “당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넘어진 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데다 눈이 하얗게 변해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 병원비가 부담이 되고, 평생을 고생했는데 또 (병 수발로) 고생할 것 같아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쿵 소리가 나서 욕실에 갔는데 남편이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라며 고함을 질렀다. 살면서 여러 번 맞아 병원에 간 적도 있는데 참았다”고 말해 누적된 불만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의 큰딸을 불러 조사를 했다. A씨의 큰딸은 경찰에서 “아버지 성격이 특이해 어머니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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