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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색깔·장식 취향대로 선택,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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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맞춤 서비스 강화하는 명품 브랜드

오래전 명품 브랜드 장인들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물건을 만들었다. 면담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이해하고, 고객의 취향과 예산을 파악했다. 디자인과 수정 작업을 거치며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고객의 의견은 수시로 반영됐다.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의상과 구두, 여행 가방, 보석 목걸이와 시계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럭셔리=희소성’이 성립된 배경이다. 오늘날 명품 브랜드는 어떨까. 물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해주는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최근 들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대상도 방법도 훨씬 적극적이고 젊어졌다. 대량생산으로 명품 특유의 차별성이 없어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본 디자인 외 소재·색깔·장식 등의 디테일을 취향대로 선택, 변경할 수 있는 맞춤형 DIY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선택 가능한 디테일에 형형색색 자수나 캐주얼한 패치워크 등을 이용하는 것도 젊은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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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패치워크 백’은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핸드백 스트랩과 플랩, 본체, 테두리까지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송아지 가죽,뱀피, 스웨이드, 코튼 등 각각 다른 색상과 소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 반영하는 미우미우 ‘커스터미우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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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문을 연 서울 청담동의 미우미우 부티크.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 핸드백과 운동화를 판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청담동의 ‘미우미우 청담 부티크’.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가 국내에 세운 첫 단독 매장답게 이색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 내 매장에선 볼 수 없는 핸드백과 운동화 등 ‘부티크 익스클루시브(한정판)’ 제품들을 들여 놓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우미우 청담 익스클루시브 백’이다. 전 세계 미우미우 매장 가운데 청담 부티크에서만 유일하게 판매하는 이 백은 고객이 취향대로 가방을 장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개별 맞춤)’ 서비스 제품이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핸드백인 ‘마드라스 백’ 위에 고객이 직접 고른 자수 패치를 붙일 수 있는 서비스다. 다양한 모양의 자수 패치들을 서로 다르게 조합할 수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고객이 직접 완성시킬 수 있다. 브랜드명 미우미우와 커스터마이제이션을 합친 ‘커스터미우제이션(custoMIUzation)’ 프로젝트다.

자수 패치는 올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올해 초 열린 패션쇼에 손바닥만 한 자수 패치를 부착한 데님·벨벳 재킷과 자카드 코트가 등장하면서 자수 패치는 시즌의 상징이 됐다. 핸드백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는 미우미우 로고와 말·늑대·새·홍학 같은 동물 캐릭터, 키스·러브·포에버처럼 로맨틱한 단어와 별 모양 등 모두 12 종류가 있다. 핸드백 컬러를 다크 그레이, 핑크, 터쿠아즈, 버건디 4가지 중에서 먼저 고른 뒤 패치를 선택해 마음대로 조합하면 된다. 커스터미우제이션 프로젝트는 당초 청담 부티크 오픈 기념으로 이곳에서만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좋아서 9월까지 기간이 연장했다. 또 일부 백화점 매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구찌의 핸드백·의류 디자인 ‘내 맘대로’ DIY 서비스

명품 브랜드 가운데 최근 개별 맞춤 서비스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다. 구찌는 지난 5월 고객의 개성을 반영해 맞춤형 디자인을 해주는 DIY(Do It Yourself) 서비스를 밀라노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작했다. 인기 핸드백인 ‘디오니서스 백’이 그 첫 번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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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으로 디자인한 구찌 ‘디오니서스 백’. 가죽 종류와 색, 손잡이, 안감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사진 왼쪽). 미우미우의 맞춤형 서비스로 디자인한 ‘마드라스 백’. 자수 패치를 구매자가 원하는대로 조합했다.

디오니서스 백을 구입하는 고객은 가죽 종류(4가지)와 색깔(18가지), 손잡이와 안감 등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장식물을 골라 붙이면 고유한 디자인의 백이 완성된다. 소재 선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엠브로이더리(자수), 트리밍(부분 장식), 하드웨어(금속성 부품), 모노그램 이니셜 등을 개성에 따라 원하는 대로 추가할 수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디자인 상징인 나비·도마뱀·벌·잠자리·뱀·장미·작약 같은 다양한 동식물 모티브의 자수는 아름다운 정원 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하트·별·입술 모티브 등을 더하면 핸드백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크로커다일, 파이톤, 스웨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색상과 소재의 가죽은 트리밍 장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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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자수 패턴 등을 골라 ‘나만의 재킷’을 만들 수 있다.

디오니서스 백 DIY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6월에는 남성복과 남녀 재킷, 남녀 슈즈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남성 의류의 경우 소재와 단추·안감을 고를 수 있고, 원하는 색상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모노그램 이니셜을 새길 수도 있다. 남녀 공용인 바이커 가죽 재킷과 데님 재킷은 가죽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스터드와 핸드 페인팅 장식도 할 수 있다. 보머 재킷(항공 재킷)에도 동식물 자수 또는 패치를 개성대로 골라 넣을 수 있다. 구찌 특유의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에이스’ 화이트 스니커즈도 DIY로 꾸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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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DIY’ 서비스를 구두와 스니커즈로도 확대했다.

구찌의 핸드백·의류 DIY 서비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주요 매장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구찌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에선 남성 수트를 개인 사이즈에 따라 정교하게 맞추는 테일러링 서비스 ‘메이드 투 메저(Made to Measure)’가 가능하다. 다양한 컬러와 패브릭의 조합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약 200여 가지 옵션이 나온다.


똑같은 게 하나도 없는 버버리 ‘패치워크 백’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지난 2월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패치워크 백’은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버버리는 이 백에 ‘원 앤 온리(one and only) 백’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브랜드의 상징인 트렌치코트 벨트에서 영감을 얻은 이 핸드백은 스트랩과 플랩, 가방 본체와 테두리 장식에 각각 다른 색상과 소재를 적용했다. 클래식한 버버리 체크무늬 코튼, 광택 있는 뱀피 가죽, 색색의 스웨이드, 레오파드 무늬 송아지 가죽…. 질감과 무늬, 재질이 다른 소재를 다양한 조합으로 패치워크(patchwork·여러 조각 깁기)로 연결하다보니 완전히 똑같은 백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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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의 트렌치코트 모노그램 서비스. 이니셜 세글자를 코트 안쪽에 새길 수 있다.

버버리는 오래전부터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에 있는 ‘스카프 바’에서는 이니셜을 새겨주는 모노그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0가지 색깔 중 한 가지 실을 선택하면 스카프 끝자락에 영문 이니셜 세 글자를 새겨준다. ‘나만의 트렌치코트’도 만들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헤리티지 아이코닉 트렌치코트에 이니셜 자수를 새기는 모노그램 서비스가 시작됐다. 트렌치코트 안쪽 안감에 세 글자의 이니셜을 수 놓아주는 서비스다. 허니, 스톤, 블랙, 네이비 등 15가지 색의 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명품, 다시 퍼스널 서비스로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개인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 명품 브랜드는 본래 소수를 위한 맞춤 상품의 성격이 강했다. 대량 생산 시대를 거치면서 브랜드들이 몸집을 불리다보니 명품의 DNA인 ‘희소성’이 퇴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제품에 들이는 정성은 여전하지만 수량이 확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명품업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고객 욕구가 다양해진 요인이 크다.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늘었고,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명품 브랜드들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구찌의 DIY 서비스를 주도한 미켈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유로워야 하고, 고유의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만큼 제품과 브랜드에 더 큰 애착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스터마이제이션 서비스는 명품 브랜드의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버리의 스카프 바는 실제로 버버리 스카프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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