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경고등’ 켠 이주열 한은 총재 “가계부채, 가볍게 볼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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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중앙포토]

중앙은행 수장인 이주열(63)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가계 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나타내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직후다.

11일 이주열 한은 총재 통화정책방향 설명회
“가계부채 증가 등 저금리 부작용, 모두가 아는 사실”
“제로 금리까지 내리는 건 현실 여건 상 어려워”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 경계해야”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223조670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에만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6조3000억원 늘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이 예년보다 빠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위험)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유의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에서 일정 부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소비ㆍ투자 확대를 위해 기준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상황에서 가계 부채 관리가 실효적으로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이 총재는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 당국도 가계부채를 상당히 주의 깊게 보고 있고 관계부처끼리 조치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총재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실시 중인 ‘제로(0) 금리’,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유출 위험이나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래도 기준 금리는 기축통화국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이란 실제적으로 한국은행이 내릴 수 있는 최저 수준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수차례 내리고 통화정책의 기조완화를 확대할수록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에 가까이 간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7년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영란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현실 상 제로 금리는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영란은행이 밝힌 실효하한은 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실효하한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를 바탕으로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우리의 정책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은이 아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정도 더 낮출 수 있지만,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자본 유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기준 금리에 비해 금리 수준을 높게 잡는 정책을 실시한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 정책 뿐만 아니라 통상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최근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조치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으로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의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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