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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호 빨간색 ‘색깔맞춤’ 이유는 총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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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선수가 10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종오(37·kt)가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땄다. 세계 사격 역사상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선수는 진종오가 처음이다.

이날 진종오의 기록만큼이나 시선을 끈 것은 시계·모자·총의 빨간색 색깔맞춤이었다. 진종오가 빨간색으로 맞춰 입은 이유는 그의 총 때문이다.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는 진종오만을 위한 10m 공기권총, 50m 권총을 만들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선물했다. 총의 이름은 각각 ‘CM162 EI.’ ‘CM 84E’ 이다.

모리니사는 지난해 진종오를 스위스 루가노로 초청해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보통 총기 사이즈는 스몰·미디엄·라지로만 구분되지만 이 총은 진종오의 손을 본떠 그립 부분을 정확히 맞췄다. 방아쇠에 손만 닿아도 격발이 이뤄질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됐다. 총에는 50m 본선 세계 신기록 ‘WR583’도 새겨넣었다. 권총 두 개의 제작기간만 2년이 걸렸다. 색상과 디자인은 모터 스포츠 포뮬러원(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의 레이싱카를 참고했다.

진종오의 총열(약실부터 총구까지의 부분)은 강렬한 빨간색다.보통 총열은 은색이나 검은색으로 제작된다. KT 사격단의 한 관계자는 “진종오와 모리니가 색상·방아쇠·손잡이 등 모든 부분을 상의해서 만든 총”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10m 공기권총 가격은 230~270만원, 50m권총은 35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진종오의 총은 한정판이라 값을 매길 수 없다.

진종오는 대회에 앞서 “나만의 맞춤형 총인 만큼 믿음이 간다. 나만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쏜다”면서 “국제 대회에 나가면 외국 선수들이 ‘유니크’한 총을 부러워한다. 기록뿐만 아니라 총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에 단 하나뿐인 권총의 ‘약발’이 이번에도 통했으면 좋겠다”며 “올림픽에서 많은 기록을 세운 뒤 이 총이 우리나라 박물관에 전시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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