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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충돌한 티몬과 재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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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소셜커머스 최초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판매한 티몬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정면 충돌했다. 티몬이 판매한 차량은 재규어XE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공식적인 협의 없이 판매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티몬은 딜러 업체까지 공개하며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고 반박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티몬이 제대로 된 계약 확인 없이 제품을 판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티몬은 SK엔카직영과 정식 계약을 체결해 재규어 신차를 판매했다고 10일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9일 자사의 공식 딜러는 소셜커머스의 신차 판매에 공식적으로 협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티몬은 중간 업체인 SK엔카직영이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SK엔카직영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딜러사와 명확한 계약 관계 없이 티몬에 신차 판매를 약속했다는 게 티몬 측 주장이다.

티몬은 지난 8일 정상가보다 700만원 낮춰 재규어 신차를 판매했고 20대의 신차는 3시간 만에 완판됐다.

수입차 판매는 통상 본사 국내 법인(수입사)이 수입 업무를 맡고 이들로부터 차량을 공급받은 딜러사가 법인ㆍ개인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구조다. 이번 온라인 판매에는 딜러사와 최종 소비자 사이에 티몬과 SK엔카직영이 추가됐다.

당초 소셜커머스 딜러사에 재규어XE차량을 구매하겠다고 나선 곳은 중고차 업체인 SK엔카였다. SK엔카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딜러사 중 하나인 아주네트웍스에게 재규어XE 차량 주문 가능대수와 가격을 문의했다. SK엔카 관계자는 “아주네트웍스 측에 온라인 판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런데도 아주네트웍스 측에선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SK엔카는 아주네트웍스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차를 티몬에 넘기는 대신 구매 고객으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중고차 거래 물량을 받기로 티몬과 합의했다.

하지만 아주네트웍스는 “SK엔카가 온라인 판매를 위해 차량을 문의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구체적인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차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둘 중 한 회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딜러사 관계사는 “딜러사에서 온라인을 포함한 다른 채널을 통해 신차를 재판매할 경우 수입사와 딜러십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몬 측은 SK엔카와 아주네트웍스가 e메일로 주문 관련 내용을 주고 받기는 했지만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SK엔카는 신차를 판매하고 싶었는데 SK그룹 내에서 의견이 충돌해 진출이 어려워지자 티몬과 함께 시작했다“며 ”딜러사와 명확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티몬이 고지한 차량 판매 정보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나 공식 딜러와 협의한 사항이 아니다”며 “판매 과정에서 재규어를 직접 지칭하고 로고 등을 무단 활용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체들이 정면 충돌하면서 티몬을 통해 신차를 사려고 했던 20명은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해졌다. 차량을 인도 받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첫 소셜커머스 신차 판매로 화제를 모았지만,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차량 구매를 신청한 20명 중 결제를 완료한 소비자는 없다. 티몬은 일단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차량 구매를 원하는 지 다시 물을 계획이다. 티몬 측은 "다른 딜러사를 통해 티몬 직원 개개인이 재규어 신차를 구입해서 고객에게 인도하는 일이 있더라도 신차를 인도하겠다”라고 밝혔다.

티몬은 SK엔카 측이 고객에게 차량을 제대로 인도하는 것을 포함해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티몬 측은 “SK엔카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성화선ㆍ김기환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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