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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고3이 본 대교협 수시 박람회 “알맹이 없었다”

TONG

입력

업데이트

201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을 1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 동안 수시박람회를 열었다. 28일에는 1만2678명, 29일 1만478명, 30일 2만841명, 31일 1만5611명 등 약 6만 명이 수시박람회를 찾았다. TONG은 이미 대교협 수시 박람회 상담 예약 ‘노쇼(no show)’ 없었다(http://tong.joins.com/archives/28164) 기사에서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박람회 현장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대교협이 무료로 운영하는 상담교사단의 일대일 상담 현장 위주의 스케치였다. 그 혜택을 받지 못한, 평범한 고3 수험생인 TONG청소년기자가 관람한 대학별 일반 상담 부스의 풍경은 좀 달랐다고 한다. 그 관람기를 소개한다.

수시 박람회는 입시 경쟁의 축소판

수시박람회에 입장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모습은 사뭇 긴장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대학별부스에 줄을 선 학생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느껴졌다. “이번에 수시에 지원해서 꼭 이 대학에 가겠다”는 반수생의 말이 들려올 때면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유명 대학은 상담 대기 시간이 얼추 40분 정도였고, 다소 뒤처지는 대학은 5분 가량 대기했다. 이름이 없다시피한 대학의 부스는 텅텅 비어 있었고, 상담원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이리 들어와요!”라며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많은 대학 상담 부스에서 태블릿PC로 각 학과별 평균 내신점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일부 커트라인이 낮은 학교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학생부, 자기소개서는 보지 않습니다.


몇십분간 줄을 서 첫번째로 들어간 대학 부스. 학생부를 꺼내자마자 상담원이 “학생부는 보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힘들게 들고 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는 몇 개의 학교를 제외하면 보지 않았다. 사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1시간에 약 60명을 각 학교 부스의 상담원 3~4명이 맡는 처지여서다. 학생들을 많이 받기 보다는 한명씩 자세하게 상담을 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첫 상담부터 퇴짜를 맞아 당황스러웠지만, 여러 대학 부스를 전전할수록 차차 학생부의 존재는 잊게 됐다.

성적이 낮으면 상담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도 D대학 부스. 같은 학교 친구 세 명이 모여서 상담을 시작했지만 2분 만에 돌아나와야 했다.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아… 가고 싶은 대학이었는데 역시 난 안 되나봐” 고교생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어했다. 이렇듯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담조차도 거절당했다. 하지만 D대학 상담원들은 부스를 찾아온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성적과 상관없이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학생은 우리학교 커리큘럼도 몰라?”


서울 G대학 부스에서 희망 학과와 내신점수를 말한 뒤 자기소개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말하려는 순간 던져진 질문이었다. 1학년 때 수강하는 과목은 대강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답변에 상담원은 “그것도 모르면서 우리 학교를 지원하느냐”며 타박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결국 상담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정확한 내용은 저도 잘 몰라요”


TONG청소년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아본 부스는 서울권 유명대학 총 7개였다. 기대한 것과 달리 대부분의 상담원이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었다. 입학사정관이나 학과 교수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상담원이 대학생이다 보니 전문적인 상담이 아니라 상담 매뉴얼에 따라서, 혹은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섞어 말하는 게 전부였다. 태블릿PC에 정리해 둔 학과별 커트라인을 제외하곤 이미 알려진 쓸모 없는 정보였다. 특히 7명 중 4명이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부 상담원은 “입학처나 학과에 물어 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려진 대학 홍보책자만 수북

박람회의 부스마다 학교 안내 책자를 수북이 쌓아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배포했다. 박람회장 구석구석에는 쓰레기통 대신 커다란 자루가 놓여 있었고, 거기에는 홍보 책자가 잔뜩 버려졌다. 청소담당자들이 쓰레기 운반하는 걸 목격한 것만 여러 번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수시박람회는 입학처와 통화하거나 직접 찾아가는 것만 못한 수준의 비전문적인 상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상담원의 태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후배들에겐 대교협의 수시박람회에서 황금 같은 시간을 뺏기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수시박람회를 가더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거나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방향성이 보일 거라는 헛된 상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대학들의 상담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글=고삼병 TONG청소년기자 익명지부
(*고3 수험생인 청소년기자가 대입에서 불이익 받을 가능성을 염려,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도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관계 기사]
대교협 수시 박람회 상담 예약 ‘노쇼(no show)’ 없었다
(http://tong.joins.com/archives/2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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