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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인 어디로 가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3일 오스트리아의 빈 주재 미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신상옥·최은희씨의 북한 탈출 사건은 이제 그들의 신병 처리 문제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관계 국가들의 외교 관측통들은 이 두사람이 한국·미국 또는 제3국 중 어느 나라로 가야하느냐 하는 문제는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이들에게 망명을 허용할 사안으로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신·최 두사람의 문제가 미국무성의 보호 조치 단계를 지나 미 연방 이민국의 영주·시민권 부여를 포함한 정치적 망명을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신병 처리가 미국 국내법과 국제법에 의해 합리적이고도 공정하게 처리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 기회에 신·최 양씨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당위성에 대해 우리의 주장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우선 이들의 탈출을 정치적 망명으로 보아야할 이유는 없다. 그점 미국 정부가 「레드먼」 국무성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분명히 신·최 두 사람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을 뿐 「망명」이란 용어를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는데서도 충분히 시사되고 있다.
망명이란 국제법상 『전화나 경제적 곤란 또는 인권·종교·사상·정치적 의견의 상위 등의 사정으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거나 또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고, 이 때문에 외국으로 피신하거나 또는 현재 외국에 있는 것으로, 이 같은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희망하지 않고 귀국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신·최 두 사람이 이 같은 사항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와도 전혀 박해받을 이유가 없다.
우선 이들이 북한으로 가게된 동기는 자진 입북이 아니라 북괴 공작원들에 의한 납치 때문이었다는 것은 이미 8년 전 사건 당시 여러 정황으로 입증됐던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북한에서 벌였던 영화 제작 활동도 북괴 당국의 6년여에 걸친 끈질긴 세뇌작업과 설득 공작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해외에서 우리 언론인이나 영화인을 만났을 때마다 북한 생활의 괴로움과 절망을 호소했고 가족과 친지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해왔다.
따라서 이번 두 사람의 탈출은 즉흥적이거나 충동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기회를 노려온 필사의 탈출이었음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우리 영화계의 유능한 중진의 납북을 애석히 여기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타의에 의해 강제 납치된 신·최 양씨의 한국 국적이 아직도 유효함은 재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 외무부 대변인이 『정부는 미 행정부가 이들에 대해 국제 관례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논평한 것은 정부가 신·최 두사람의 본국 귀환을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신·최 양씨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온 국민은 이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가족 및 친지들과 재결합하고, 다시금 우리 영화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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