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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롯데건설 수십억대 비자금 조성한 정황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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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곳에서 찾아낸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비자금 저수지’의 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성 경위와 사용처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대홍기획(광고계열사) 등 다른 계열사가 각각 10억~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찾아내 지금까지 확인한 비자금 규모는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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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8일 “롯데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주고, 이를 몰래 돌려받는 수법으로 최근 몇 년 새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번 수사 착수 후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계열사 조성 비자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대한 롯데건설 임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조성된 비자금이 그룹 상부(오너가)에 건네졌는지, 정·관계 로비용으로 쓰였는지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 공사대금 돌려받는 수법
케미칼·대홍기획 합치면 100억대
정책본부 지시로 조성됐을 가능성
탈세 관련 서미경씨 조만간 소환

검찰이 거액의 뭉칫돈을 찾아냄에 따라 ‘롯데 오너가 비자금 조성’이라는 본류 수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지시로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다고 판단,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식 증여 과정에서의 6000억원대 탈세 혐의와 관련해 신격호(95) 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6)씨를 조만간 소환 조사키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씨가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변호인과 소환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차로 서씨를 조사한 후 그의 딸인 신유미(33)씨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건강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탈세 부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며 “서씨를 부른 이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2005~2010년 서씨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1%를 넘겨줬다. 장녀인 신영자(74·구속 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도 같은 회사 지분을 똑같이 이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서씨 모녀에 대해선 탈세 혐의 외에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도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서씨 모녀 지분이 100%인 유원실업이 서울과 수도권의 롯데시네마 내 매점 운영권을 독점해 연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부 회삿돈을 빼돌려 1000억원대 부동산 매입에 사용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수사팀 관계자는 “신 회장 등이 가족인데 서씨 등에게 증여된 주식과 무관할 수가 있겠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은 롯데그룹 전체의 지배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지분 이전에 무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회장 소환 시기와 관련해선 추석(9월 15일) 전에 불러 조사하기로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는 추석 전에 1차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도 그때쯤 조사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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