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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은 신의 선물” 터키 붉게 물들인 50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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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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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터키 전역에서 ‘민주주의와 순국자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6일 쿠데타 진압 이후 매일 밤 열린 집회의 하이라이트 격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500만 명 가량이 참석한 이스탄불 해변 집회에서 두 손을 들어 군중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이스탄불 AP=뉴시스]

터키 이스탄불의 예니카프 해변이 붉게 물들었다. 수백 만 명이 흔드는 터키 국기들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바로 옆 마르마라해도 밤늦도록 불빛에 젖어 들었다.

쿠데타 진압후 최대 ‘지지자 집회’
에르도안 “귈렌 뿌리 뽑을 것”
사형제 도입 의사도 재차 밝혀
제1·2야당 대표도 이례적 참여

7일 오후 ‘민주주의와 순국자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6일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 주요 도시 곳곳에서 매일 밤 열린 집회의 하이라이트 성격이다. 당국 추산으로 500만 명이 모였다. 로이터통신도 “350만 명에서 500만 명”이라고 전했다.

가운데 단상 양쪽에 터키 국기를 가운데 두고 건국의 아버지로 군 출신 지도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대형 깃발이 나부꼈다. 뉴욕타임스는 에르도안이 “실패한 쿠데타를 계기로 아타튀르크를 대신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행사장 곳곳에선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뜻의 터키어가 내걸렸다. 아타튀르크를 향한 관용구 ‘아버지를 따르겠습니다’를 차용한 것이다. ‘에르도안 당신은 신의 선물’, ‘우리에게 죽으라면 죽겠다’는 문구도 보였다.

에르도안이 마지막 연사로 등장하자 군중은 열광했다. 그는 “우리는 쿠데타를 일으킨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지지 세력을 모두 찾아내 뿌리를 뽑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형제 도입 의사도 재차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에선 사형제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중국·일본에 있다. 그들(EU)도 허용해야 한다. 터키 정당들은 (사형제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쿠데타 이후 강고해진 에르도안의 지위를 보여주는 건 이날 군중 규모만 아니다. 제1·2야당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대표, 데블렛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도 함께 했다. 아나돌루 통신은 “야당 지도자가 친정부 시위에 참석한 것은 터키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친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대표는 초대받지 못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쿠데타 실패가 관계 회복의 문을 열길 기대한다. 모스크(이슬람사원)·법정과 병영엔 정치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로안을 에둘러서 비판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쿠데타 진압을 명분으로 7만 명 넘는 사람들을 해직했거나 체포했다. 서구에선 반대파를 숙청한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에 비판하면 쿠데타 세력과 함께 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어서 야당들로서도 정부의 어젠다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유사한 집회가 이스탄불뿐 아니라 터키 전역 81개 주에서 열렸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수백 명의 터키인이 모여 귈렌 추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에르도안은 러시아를 방문해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는 푸틴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관계의 새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최근 서구와 떨떠름해진 반면 러시아와 밀착되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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