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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경제 지원 정책|신성순 경제부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요즘처럼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제 대책이 잇따라 쏟아져 나온 일도 드물다. 집중호우처럼 경제 정책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초 개각과 동시에 경기 활성화 대책이 나오더니 이어 부품 수출, 모험 기업 지원 대책, 중소기업 육성 대책, 부품·기계 국산화 대책, 주택 건설 활성화 방안, 농어촌 종합 대책, 지방 경제 활성화 대책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줄을 이어 발표되었다.
85년에도 환율 인상을 비롯해서 수출 산업 설비 자금 지원, 고용 대책, 주택 건설 촉진 대책 등 많은 대책이 나왔었다.
작년의 경우는 곤두박질치는 경기를 붙잡아 매어 보려는 대응 처방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시기를 놓치는 것이 문제가 됐었다.
지난해 경제 대책들을 내놓으면서도 정부는 『혹시나 정기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불필요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는 저 성장이 말해주듯 아주 안 좋았다.
그런데 금년에는 엔화 강세다, 유가 인하다 해서 수출이 늘고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온갖 정책의 가치를 높이 들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만 해도 같은 내용을 경제기획원·재무부·상공부 그리고 한은에서까지 돌아가며 2중 3중으로 발표했다. 그 바람에 우리 나라가 당장 중소기업의 천국이 되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게 할 정도다. 농어촌 종합 대책도 토론회다, 대담이다 해서 거의 하루도 TV에 비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요즘 발표되는 각종 대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산업 구조 조정 등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다져야할 증강기적인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중요한 정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잘 알 수 없으나 문제는 정부의 의욕대로 한꺼번에 이 많은 정책들이 잘 소화되어 실천에 옮겨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재원 조달이다. 중소기업에 4조6천억원, 농어촌 대책에 1조4천5백억원, 모험 기업에 9백60억원 등 지원하겠다는 돈이 많은데 이 돈을 어디서 염출하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일을 급히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도 많게 마련이다. 이제까지 무얼 하고 있다가 이처럼 한꺼번에 일을 벌이러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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