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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후 첫 해운의 날…살펴본 현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해운산업의 건전한 육성」이란 명분을 내걸고 시작된 선사 통폐합작업이 진통 끝에 매듭지어진 후 해운업계는 첫「해운의 날」을 맞았다.
83년말만해도 1백11개 선사로 난립해 침체의 늪에서 허위적거리던 해운업계가 20개 대형그룹 선사로 재편성했고「3저」로 물동량이 대폭 늘어나리라는 등의 기대 속에서 회생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88년까지 상환이 유예된 빚이 2조8전억원에 이르고 지난 한해만도 적자가 5천억원에 이르는 등 그동안의 상처가 너무 깊어 「3저」가 가져다줄 호황이 어느정도 해운업계를 되살려 놓을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선복량 7백50만t으로 세계 13위의 해운국을 자랑하던 해운업계가 2차 오일쇼크이후 단한번의 회오리에 빈껍데기만 남을 정도로 체질이 허약했다는 점은 더욱 사태를 낙관할 수 없게 한다.
해운업계의 불황은 업계내부사정 외에 정책과 정보부재에도 그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일쇼크 이후 계속되는 불황으로 물동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국제정보에 어두운 국내 업계에서는 선복량을 늘리는데에만 급급했고, 정부에서조차도 선복량을 늘리도록 강요하다시피 했었다.
외국 해운사들은 이미 불황에 대비, 에너지 절약형의 새 배로 선대를 구성해 국제 경쟁력을 기르고 있을 때 우리는 81년에 1백12만t, 82년 84만t등 선령 10년 이상의 중고선을 마구 들여와 선복량만 잔뜩 늘렸던 것.
정부가 83년10월 해운업계의 통폐합에 착수한 것은 그래서 때늦은 감마저 없지않다.
해운업계의 대수술에는 많은 진통이 뒤따랐다. 원양·동남아항로의 63개선사를 11개사로, 한일항로의 63개선사를 9개사로 각각 통폐합했고 이과정에서 회생이 불가능했던 19개선사는 정리되는 진통을 겪어야했다.
해운항만청은 올해도 자구계획을 강력히 밀어붙여 부동산 5백억원어치를 처분토록하고 80군데의 점소를 정비토록 하며 노후·선박 30만左읕 처분토록할 계획이다.
올해 자구계획을 마무리하고 선대체질을 개선함으로써 해운산업경영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 내실화에는 뒤따라 해결돼야할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우선 수출·입 화물의 국적선 이용률이 높아져야 한다. 우리가 수출·입하는 화물은 될 수 있으면 우리배를 이용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의 국적선 이용률은 46%. 해운항만청은 이 이용률을 외국의 경우처럼50%선까지는 끌어 올려야한다고 보고 있다. 국적선 이용률이 4% 높아지는데 따른 수입증대만도 2백억원에 이른다는 것.
이와함께 경제성이 높은 풀 컨테이너 정기선의 수송력을 높여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풀 컨테이너선은 7개사 24척에45만8천t. 지난해 이들 선박의 화물적재율은 70∼80%선. 항만청은 이 적재율을 국적선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올해는 90%선까지 끌어 올리도록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다음으로 고쳐야할 해운업계의 고질이 운임의 덤핑. 배는 정박중에도 엔진을 가동해야하고 인건비가 나가야한다. 따라서 노는 배들이 협정요금의 40%선까지 운임을 낮춰 받는 등 극심한 덤핑행위로 해운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밖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완벽한 해운정보망의 구축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한국해운기술원이 현재 정보센터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기능을 보다 전문화시킬 필요가 있다. 재외공관이나 선사의 보고의무화 등을 통한 긴밀한 정보망을 구축, 변화하는 해운정세에 민감히 대처해야한다.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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