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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아마추어 우승 성은정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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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장타 소녀` 성은정의 멋진 샷 모습 [사진 KLPGA, USGA]

사상 처음으로 US여자 주니어 챔피언십과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동시 석권한 성은정(17)을 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날도 덥고 하루 36홀이 쉽지 않았겠다.
"힘들었다.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 그래서 경기 끝나면 연습 안 하고 쉬었다. 두 경기 빼고는 4홀 차 정도로 일찍 끝낸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상대의 현기증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앉지도 못하더라. 쉬는 동안 나는 바나나 등을 먹고 연습도 좀 했다. 경기 중단 직전 홀에서 패하면서 리드가 1업으로 줄었는데 오히려 쉬어서 다행이었다. 샷감도 나빠지던 중이었는데 쉰 다음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매치 플레이 12경기 연속 승리가 대단해 보인다.
"자신감이 올라왔다. 매치플레이는 짧은 한 라운드에서 승부가 나는 것이니까 쉽지 않다. 나보다 잘 치는 선수가 있을 수 있고 컨디션이 아주 좋은 선수도 있었을 거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수 보다 내가 더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가 안 풀려도 침착하게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잘 못 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이제는 잘 못 될 수도 있다고 대범하게 생각했다."
위기가 있었나.
"물론이다. 티샷이 150m 겨우 넘긴 적도 있고 안전하게 우드로 친 것이 200m도 못 가기도 했다. OB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리커버리가 되고 잘 막았다. 예전 같으면 실수를 하면 당황하고 왜 그랬는지 생각이 많아졌을 텐데 이제 최상의 샷을 치려면 최악의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경기한다."
한국에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하고 우승 놓친 경험이 도움이 됐나.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 알았다. 트리플 보기가 충격이 되고 나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디딤돌 같은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좋은 경험으로 만들겠다."
어느 매치가 가장 어려웠나.
"한국 교포인 안드레아 리와 친 8강전이 가장 어려웠다. 2년 전 한 번 졌고 그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어려웠다. 퍼트를 매우 잘 한다. 먼 거리 퍼트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잘 쳐놔도 그린에서 부담이 됐다. 또 16강전 최혜진 선수와의 경기도 어려웠다. 나처럼 먼 한국에서 왔으니 여기서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한 해에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US여자주니어 아마추어를 동시에 우승했다. 남자에서 이런 기록을 쓴 선수는 타이거 우즈 뿐이다.
"대회 전날 기사를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우즈는 세계 최고의 골퍼고, 그래서 오늘을 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US여자주니어에서 2연속 우승했을 때는 그저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또 다른 느낌이다. 새로운 역사를 썼기 때문이고, 믿을 수 없는 기분이다."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 나가게 됐다.
"이전까지 메이저대회는 한 번도 못 나갔다. 에비앙 챔피언십이 출전 선수 수도 적고 첫 메이저대회 치고는 부담이 적어 다행이다."
프로 전향은 언제하나.
"지금 만 16세니까 내 후년에 가능하다. 미리 할 수도 있지만 언제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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