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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공산당 대회 폐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일 폐막된 제27차 소련 공산당대회는 작년 3월에 집권한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실용주의 개혁노선을 재확인하고 개혁파 기술관료중심의 인적체제를 강화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1천 7백 50만명의 당원 가운데서 선발된 5천명의 대표가 참석, 2월 25일부터 10일간 계속된 이번 대회는 지난 1년간 천명되고 추진돼온 「고르바초프」의 통치방향을 재확인한데 그친 셈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모든 집권자 회의가 그러하듯이 이번 소련 공산당 대회도 지도부가 제시한 모든 내용을 「엄숙히 경청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와 내각수상 「리즈코프」가 강조한 것은 현실주의적인 경제개혁이었다.
그들은 먼저 80년까지는 모든 교통수단과 주택을 무료로 하고 중노동을 없애며 자본주의국가의 생활수준을 앞질러 놓겠다고 「흐루시초프」가 61년 당 대회에서 제시한 환상론을 규탄했다.
이번 대회는 오는 2000년까지 생산효율화와 품질향상을 통해 국민소득과 공업생산을 지금의 두배로 증가시키겠다는 「고르바초프」의 「15년 개발계획」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중앙집권적인 지금의 경제운영방식을 대폭적으로 분권화·자율화하고, 소비재 생산 증가분의 분배를 통해 이윤동기를 부여하고 시장원리도 부분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이것은 「후르시초프」가 채택했다가 실패한 리베르만 방식의 재실험을 의미한다. 당 지도부는 「브레즈네프」 치하에서 만연된 각 분야의 관료화·정체성·비능률과 부정을 뿌리뽑는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대회 마지막날에 새로 정치국과 서기국 개편을 단행, 「고르바초프」의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고르바초프」는 취임이래 11명의 정치국원중 5명을 자파의 젊은 개혁파들로 교체했다.
그 결과 「브레즈네프」 시대에 70세였던 정치국장의 평균연령이 이제는 64·2세가 됐다. 그는 또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중앙위 위원과 지방당 중앙위원의 절반을 교체했다. 과거엔 교체율이 통상 30% 미만이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군축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를 신랄히 공격하고 교체가 예상됐던 「브레즈네프」계 정치국원 2명을 재임시킴으로써 보수파의 반발에도 신중히 유의했다.
정규대학에서 법률학을 전공하고 실무를 통해 경제전문가로 성장한 「고르바초프」의 점진적인 실용주의 개혁노선은 이미 동구 공산국가들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 중공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공산권의 이러한 경향은 자본주의에 대한 공산주의의 조심스러운 접근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수렴현상은 상반·대치돼온 자본·공산 양 체제의 공존과 조화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련이 그 같은 온건노선의 저편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그것을 동북아 지역에 집중배치하고 있는 현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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