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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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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멀지않아 당진에서 점심 반주로 두견주를 들고 저녁엔 전주에서 이강주를 마시게 될 모양이다.
앞으로 쌀 술을 빚게 하고 탁주·약주는 물론 토속 과실주의 제조 면허권이 대폭 지방청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이대로만 되면 선조들의 전래주가 실로 70여년만에 다시 햇빛을 보게된다.
정부가 「1도 1민속주」개발을 서두른 것은 지난83년의 일. 그러나 현재까지 국세청의 제조허가를 얻은 것은 네 가지뿐이다. 용인민속촌의 동동주, 제주도 삼도동의 오매기술, 부산 동래의 산성막걸리, 그리고 올해 첫선을 보일 서울 태능의 삼해주가 바로 그것이다. 쌀을 원료로 하는 경주 법주는 명약주로 제조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민속주의 범주에 넣지 않고 있다.
좁쌀을 원료로 하는 오매기술은 제주지방에만 있는 토속주. 고려와 조선조의 명맥을 잇고 있는 삼해주는 음력 정월의 상해일 (첫 돼지날)부터 하해일까지 해일·해시 (하오9시∼11시)만 골라 세번 세겹으로 빚어 앉히는 술이다. 담가서 백일만에 거른다 하여 백일주, 춘삼월 버들개지가 날릴 무렵 마신다하여 유서주 라고도 한다. 방부제를 안써도 1년 내내 시어지지 않는다.
이강주는 이름 그대로 배와 생강을 찹쌀·누룩에 버무려 담그는 술이고, 두견주는 진달래꽃을 쌀과 누룩에 넣어 빛은 술이다.
김천·충주지방의 청명주, 전북 여산의 호산춘, 강원도 홍천의 백주, 충남 한산의 소국주 , 평양의 감홍로도 모두 지금은 잊혀진 토속 명주다.
현재 시중 주점에서 파는 동동주는 대부분이 가짜다. 동동주는 쌀이나 찹쌀로 빚어야 제 맛이 난다. 그 밥알이 동동 뜨는 것이 흡사 개미(의)나 나방(아)과 같다하여 옛날에는 부의주, 부아주 라고도 불렀다. 보리소주와 보리막걸리 얘기도 있다.
특히 보리 막걸리는 72년 국세청기술진이 개발, 시판한 일이 있었다. 외화도 절약하고 2모작과 경지확장이 가능한 보리를 대량 사용하는 보리막걸리는 농촌소득을 위해 크게 권장할 일이지만, 색깔이 거무스름하고 쓴맛이 없다 하여 애주가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소주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해 주정 원료인 타피오카 수입에만 1전2백만달러의 외화가 쓰였다. 보리를 원료로 한 순곡 보리소주가 나오면 우선 맛이 뛰어나다. 그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자칫 양주시장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제조원가가 30%쯤 더 먹힌다는 것이 흠이지만, 값이 문제가 아니다.
먹고 마시는 것도 문화생활의 하나다. 향미와 흥취가 있는, 또 건강을 해치지 않는 명주가 지방마다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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