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소성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소성대」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으로써 큰 것을 이룬다는 뜻이다. 요즘 유가인하에 따라 교통요금과 공산품값이 명목상 인하되는 인상만 풍겨주는 것을 보며 바로 이소성대의 지혜를 생각하게 된다.
이번의 교통요금 인하와 공산품 가격조정은 지난번의 국내유가 11% 인하에 따른 후속조치의 뜻이 있고 원유가 하락의 국내적 파급을 앞당긴다는 뜻에서 명목적·심리적 파급효과가 더 클지도 모른다.
원유가가 아직도 약세권에서 맴돌고 있고 향후 더 내릴 가능성조차 없지 않은 시점에서 일반의 보편적 기대감은 경기 호전과 물가 안정이라는 호순환 기대이므로 이번의 신속한 요금인하가 그런 기대감에는 일단 부응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원유가와 국제 통화조정에 대한 일반의 기대가 크게 고조된 데 비해서는 이번 인하가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교통요금의 경우 버스·택시 등 주요 대중교통수단은 제외되었고, 고속버스는 1·9%, 시외버스는 2·1%, 항공요금 3·9% 인하에 그쳐 다분히 명목적이라는 인상을 금할 수 없다.
교통요금의 원가구성상 유가인하에 따른 원가절감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푼돈에 불과한 명목상의 요금인하 보다는 기업 내에 유보시켜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차피 국제원유가 하락은 지속될 것이고 이에 따른 국내 유가조정도 한두 차례 더 있어야 할 처지라면 실질혜택이 적은 소폭조정을 거듭하기보다는 기업 유보자금으로 「목돈」화 해 시설개체에 투입하면 나중에 대폭인하도 가능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계획으로는 비료·판유리·도시가스 등 유가비중이 높은 17개 공산품의 조속한 가격인하를 행정지도로 유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둘 품목은 국민생활에 근접돼 있는 소비재들이어서 되도록 신속히 값을 내릴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공산품 가운데는 원가절감비율 1%이하의 품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가격인하의 실질효과가 의문이다.
이런 품목들은 빈번한 행정지도가 경영의 혼란이나 시장 불안정만 초래할 뿐 소비자가 기대하는 시장 안정 속의 실질적 가격인하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더더구나 해당 업계의 실질 경기나 수지현황을 고려함이 없이 획일적인 행정지도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하지 않다.
내릴 것은 내리되 남길 것은 남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유가인하에 따른 파급효과의 극대화는 신속한 가격지도로써가 아니라 제반산업의 내실과 효율, 대외 경쟁력의 쇄신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목표에 기여하도록 시장·가격·수급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유가와 국내 물가 문제는 현재의 국내외 상황으로 보아 일시적 파급 또는 전시효과를 위해 소진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변수임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대응포석을 겨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