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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때문?…중국서 김우빈 수지 팬미팅 취소

중앙일보

입력

#1.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6일로 예정된 김우빈과 수지의 팬미팅 행사를 연기합니다. 이미 입장권을 구매한 분들께 정말 사죄드립니다."

중국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優酷)가 3일 오후 모바일 사이트에 게재한 공식 발표문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두 사람을 초청해 6일 베이징 올림픽 체육관에서 개최하려던 계획을 사흘 앞두고 갑작스레 무기 연기한 것이다. 주최측은 '불가항력'이라고 밝혔지만 댓글을 단 네티즌 1200여명은 예외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배치와 연관지었다. "광전총국, 잘했다"라고 쓴 댓글도 적지 않았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방송·영화·광고 등을 관할하는 장관급 부처다.

#2. 걸그룹 와썹의 중국 공연 일정도 돌연 취소됐다.

와썹의 소속사 측은 "5일 중국 장쑤성 쑤첸(宿遷)시에서 열리는 관객 3만 명 규모의 빅스타 콘서트 출연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와썹은 정식 계약을 맺고 포스터에 사진까지 게재된 상태였지만 공연 이틀 전 주최 측으로부터 취소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나 방송 출연이 취소·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후난위성TV에서 방영 예정인 한·중 합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의 경우 "탤런트 유인나가 촬영을 거의 다 끝냈지만 출연분량 전체 삭제가 불가피해 출연료·위약금 협의만 남은 상황"이라고 관계자가 밝혔다. 후베이위성TV의 예능프로 '루궈아이 3'의 경우는 한국 가수 김희철이 출연한 부분을 삭제하는 바람에 분량을 채우지 못해 방송 예정일을 미루고 보강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정확한 이유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배우 이준기도 비자를 받지 못해 자신이 주연한 영화 '황언서서리'의 중국 개봉 행사 참석 여부가 어려워졌다.

이런 일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당국은 여전히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광전총국은 한국 언론사의 ^공식 지침을 내렸는지 여부 ^사드 배치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복수의 중국 연예 기획사나 제작사 관계자들은 "공식 지침이 내려온 적은 없다"면서도 사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 업계에선 이심전심으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한 제작사 간부는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발표 며칠 후 광전총국 간부로부터 앞으로 한국과의 문화 콘텐트 협력 사업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말은 권유였지만 업계 입장에선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련의 현상들에 대해 중국 인터넷과 문화 전문 매체들은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 콘텐트나 한국 스타들의 출연을 제한하라는 지시가 광전총국 등 상급기관에서 내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많은 중국인들이 이런 기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가 4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 이상이 최근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28만명이 참여했으며 댓글만 11만건에 달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사드 배치를 비난하며 '애국심이 오락을 앞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후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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