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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사자 어머니에게 막말했다가 역풍 맞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잇단 헛발질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의 대선 지지율 조사 결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49%로 트럼프(39%)를 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미국 등록 유권자 1022명을 상대로 한 조사(오차범위 ±3%포인트)에서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두 자릿수 차이로 따돌린 건 지난 6월 말 이후 한달 반 만이다. 클린턴ㆍ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두드러진다. 5%포인트 (지난달 31일)→7%포인트(1일)→10%포인트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클린턴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트럼프의 ‘무슬림 전사자 부모 비하’가 그의 대통령 자질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며 지지율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는 이라크전 전사자의 어머니가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쩌면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하했다.

폭스뉴스는 “응답자의 61%가 e메일 스캔들(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때 개인 e메일로 기밀문건 등을 보낸 사건)로 클린턴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답했음에도 그를 더 지지하는 건 대통령 자질에서 트럼프보다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64%가 클린턴에 대해 대통령 자질을 갖췄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는 37%에 그쳤다. 69%가 트럼프가 전사자 부모에게 한 비판은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선 전사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가 각별한데 트럼프가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공화당에선 트럼프에 등돌리는 인사가 계속 늘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맥코널 원내대표에 이어 이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트럼프가 클린턴의 대통령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가세했다. 깅리치는 공화당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친(親)트럼프 인사다. 리처드 한나 하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폭탄 선언했다.
이날 공화당 분열의 하이라이트는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장식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주 연방의원 경선 때 라이언 하원의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전날 트럼프가 지지를 유보하겠다고 말한 것과 엇박자를 냈다.

급기야 당 지도부가 트럼프 낙마에 대비한 ‘플랜B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ABC방송은 “당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에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도 낙마할 경우 내부 규정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공화당이 사분오열하는 사이 클린턴 캠프 주변에선 클린턴 내각 하마평이 흘러나온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셰릴 밀스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미국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등 여풍(女風)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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