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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른들까지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월8일 하오6시15분쯤 서울 북가좌2동 버스정류장부근 주택가 골목길.
이불 보따리를 들고 방금 시내버스에서 내려 힘들게 걸어가는 신모씨(57·여·북가좌2동278)곁을 10대 2명이 바짝 따라붙는다. 『할머니, 무거워보이는데 좀 들어드릴까요?』 『어휴, 이런 고마운 학생들이 있나』
신씨의 이불 보따리를 받아든 서울 K고3년 이모군(17)과 황모군(17). 『할머니 댁이 여기서 먼가요?』 『그래 조금 멀어.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신씨가 고마와 어쩔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순간, 이군의 주먹이 한바퀴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더니 신씨의 옆구리를 찍는다.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는 신씨의 목덜미를 향해 다시 일격을 가한 뒤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나는 이군과 황군.
신씨는 오른쪽 갈비뼈 두개가 부러져 전치7주의 중상을 입었고, 이군등에게 빼앗긴 핸드백 속에는 현금과 수표등 1백49만원이 들어 있었다.
구랍28일 자정쯤. 인적이 드문 서울 행당동 태화산업 섬유공장 앞길을 김모씨(36·사업·행당2동317)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10대 4명이 김씨 곁에 바짝 다가섰다. 『아저씨, 잠깐 좀 실례하실까요?』
J고3년 박모군(18)이 먼저 김씨의 어깨를 툭 치며 시비를 건다. 이를 신호삼아 한꺼번에 와락 달려들어 뭇매를 가하는 최모(19·C고3년) 이모(18·K고3년)군등. 『삥 잡았다!』
이군이 소리치자 10대 4명은 얼음판에 쓰러진 김씨를 뒤에 둔채 그대로 달아나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군등이 김씨의 안호주머니에서 빼내 달아난 수첩안에는 3천원이 들어있었다.
10대 폭력이 어른까지 노린다.
쇳가루(돈)가 없이 다니는 동년배 학생들은 털어봤자고 어른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아야 한몫을 잡을수 있다는 얘기다. 『10대가 더 무섭다는 걸 실감했어요. 나이가 어리다해서 만만하게 보았다가 큰코 다치고 맙니다.』구랍28일 이군등에 봉변당한 김씨의 말.
귀가하는 행인을 공격해「치고 달리는」범행은 그래도 순진한(?)편. 전문차치기에 강도·강간등 성인범죄가 무색할 지경으로 겁없이 날뛴다.
지난달 16일 하오1시30분쯤 서울 대치동 동아아파트앞길.
인도 표시가 따로 없는길 가장자리를 따라 혼자 걸어가는 최모양(25·회사원·하월곡동)과 그 뒤를 따라붙는 포니승용차 1대. 『누나, 저희들이 모셔드릴까요?』
승용차가 최양 곁에 급정거하는가 싶더니 차속에서 10대 남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울 H고3년 박모군(18)등 10대 4명.『괜찮아요.』겸연쩍은 웃음을 띠며 최양이 멈칫 하는 순간, 박군등 3명이 차에서 쏟아져 내리더니 거의 반강제적으로 최양을 차속에 밀어넣었다. 『꼼짝 말아!』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 10대들. 포니승용차는 6km쯤 달려 인적이 없는 우면동 우면산 중턱에 멎었고, 최양은 현금 25만원과 함께 차례로 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순진한 남동생쯤으로 여기고 방심했다가 호되게 당한 예.
지난달 8일 상오4시30분 서울 석촌동 H당구장안에서 잠자던 주인 김모양(26)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가 소스라쳤다. 『돈을 다 내놔!』그리고 옷을 벗어』복면에 길이 20cm의 흉기를 든「무단침입자」는 당구장 단골인 서울 P공고 3년 서모군(19)등 4명.
김양은 이날 현금2만4천원과 순결을 빼앗겼다.
어른들의 범죄를 그대로 모방해 어른들을 노리는 청소년 범죄가 어른들의 무관심·무방비속에 곳곳에서 벌어지고있는 상황이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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