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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ICT 제품서 희귀한 금속 뽑아내 다시 사용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가 대거 등장해 인간 생활은 급격한 혁명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광물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른바 희소금속이라 불리는 귀한 자원이다. 가격도 문제지만 인류가 이런 광물을 언제까지 공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원을 효과적으로 순환시키면서 두고두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졌다. ‘순환경제 4.0’이다. 기존의 도시광산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됐던 4차 산업혁명에 궤를 맞추는 미래형 자원 재활용 시스템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현황을 알아본다.

독일 연방학술교류처(DAAD) 초청으로 얼마 전 방문한 동부 작센주의 산업도시 켐니츠의 프라운호퍼IWU 연구소. 독일 4대 연구단체인 프라운호퍼가 운영하는 66개 연구소의 하나로, 미래형 기계 및 공장 연구가 전문이다. 미래 지능형 공장 개발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연구소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기계가 완전 자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무인공장 개발을 목표로 기업이 요청하는 관련 기술을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최첨단 실험용 공장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이 인공지능 활용 실험실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공장 생산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린 미래형 생산공정을 개발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외부인은 특별 허가를 얻어 견학할 수 있으나 사진 촬영은 입구에서부터 금지할 정도로 보안 통제가 엄격했다. 이곳은 무인형 공장부터 인간과 기계가 함께 근무하는 지능형 공장까지 다양한 파트로 구성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곳은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순환경제형 생산시설이었다. 초고속 열차용 부품을 무인 설비를 통해 생산하는 시설이었는데, 목표가 특이했다.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수명이 다할 경우 간단하게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한다’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이 연구소의 전략 및 국제 담당인 미카엘 쿨 박사는 “생산 과정에서 자원을 최소한으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 제품 수명이 다했을 때 이를 손쉽게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 단계부터 고려하는 것이 미래형 상품 생산, 자원 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쿨 박사는 “공장 관리는 물론 경영에서도 순환경제 개념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섬유·플라스틱 결합해 금속 절약

이 연구소에서는 미래형 재료 개발도 한창이었다. 금속에 유리섬유나 플라스틱을 결합해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단단한 미래형 복합재료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금속 자원을 절약해 자원 고갈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쿨 박사는 “이를 위해 수명이 다한 상품을 폐기할 때 이 복합재료에서 금속만 별도로 추출하는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래형’이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환경과 자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자원의 수거와 재활용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연구소의 컴퓨터 이용 설계실에선 공장에서 만드는 부품 및 상품의 설계 단계부터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순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소가 있는 켐니츠공대엔 MERGE라는 이름의 산학연 클러스터도 운영되고 있었다. 독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혁신 프로젝트다. 금속과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로 가볍고 강하며 질긴 신재료를 개발해 생산과 소비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산학연 클러스트에서도 개발 과정에서부터 복합재료를 나중에 분리수거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쿨 박사는 “이제는 제품이나 부속을 개발할 때 자원 절감과 리사이클링을 반드시 고려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둘러본 실험용 공장도 설계가 지극히 간결했다. 재료와 에너지 효율을 생각해 그렇게 건설했다는 설명이다.

합리적인 자원 활용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을 이루자는 이러한 공감대는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광업회사 니르스타. 지난해 31억3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린 굴지의 광물업체다. 이 회사는 캐나다, 칠레, 온두라스, 멕시코, 페루, 미국 등 전 세계 아홉 군데에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호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등 여섯 군데에선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아연과 구리를 채취해 제련한다. 이 회사는 최근 다른 광물에 눈을 돌렸다. 아연과 구리 채취 과정에서 약간씩 섞여 나오는 금과 은은 물론 미량의 다른 광물도 놓치지 않고 분리•정제해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황산도 채취해 화학회사에 공급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부스러기의 광물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 과거에는 한 가지 광물에만 치중했지만 지금은 채취나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까지 알뜰하게 모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베르크 헬름홀츠 연구소의 마르쿠스 로이터 박사는 이를 ‘순환경제 4.0’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광물의 구성 요소를 디지털화했다. 하나의 광산에서 채취한 광물에서 어떠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졌다는 것이다. 세밀한 소프트웨어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광물을 수집하고 제련해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도 활용하고 최적화 모델을 개발하며 시뮬레이션을 거쳐 현장에 적용했다. 광물이든, 재활용 폐기물이든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가용한 자원을 채취할 수 있도록 정밀한 디지털 작업을 거친 것이다.

로이터 박사는 ‘순환경제 4.0’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핀란드의 아우토테크를 들었다. 2013년 19억115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금속과 금속 가공이 전문이다. 직접 금속 광물을 채취하기보다 광물 채취나 가공을 위한 다양한 기계와 장비를 개발해 판매한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을 종합해 자원 재활용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 개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제품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현존하는 자원 소비를 최적화하고 이를 나중에 재순환해 사용할 때 가장 합리적일 것이냐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자원 재활용 효율성 높이는 지표 개발

지금까지는 에너지 효율만 따졌으나 ‘순환경제 4.0’ 상황에서는 리사이클링 효율도 함께 고려한다. 이를 위해 설계별로 리사이클링 지표를 개발했다. 에너지 효율과 함께 리사이클링 효율도 높아야 제품으로 채택될 수 있다. 지금은 에너지 효율만 생각한다. 냉장고나 에어컨 옆에 붙은 ‘에너지 효율 등급’이 그 사례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원 효율 등급표’도 붙을 수 있다. 과거 환경 문제라고 하면 에너지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원 리사이클링 효율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로이터 교수는 “ICT를 비롯한 희소금속 수요가 많은 제품이 늘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 광업만으로는 광물 원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와 자원은 물론 다양한 환경적 지표를 모두 종합해 제품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수질오염, 에너지 효율, 화학적 위해, 희귀자원 여부, 자원 효율, 폐기물 처리, 리사이클링 등 환경과 관련한 수많은 요소를 모두 적절하게 감안해 제품의 설계와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 시대로 가려면 우선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급선무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수명을 다한 제품이나 부속에서 주요 자원을 회수하는 도시광산이 발달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도시광산에는 고도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도시광산의 기본인 광물 자원의 선광 및 제련 기술이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희소금속의 고순도화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도시광산의 주요 자원은 전기전자 제품에 사용하는 인쇄회로기판과 자동차 폐촉매인데 여기에서 금, 은, 백금, 팔라듐, 로듐과 같은 귀금속과 희소금속을 채취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폐촉매 회수율이 95%까지 높아지는 등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해 ‘순환경제 4.0’을 적극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자원 확보와 환경 보전을 동시에 만족하는 시대적 요구 때문이다.

‘순환경제 4.0’ 이렇게 현장 적용한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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