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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리따운 검객' 변아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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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자 검도 국가대표 변아름(21.용인대3)의 별명은 '흑장미'다. 인터넷 팬클럽 회원들이 지어줬다.

그는 이달 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벌어진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3년 전 16강에 그쳤던 한국 여자팀은 단체전에서 일본과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진출의 주역이었던 그는 일본에 분패한 뒤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닦아냈다.

귀국한 뒤 다시 만난 변아름은 초롱초롱한 눈매와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검도계의 미스 포토제닉'으로 돌아와 있었다. 대화는 칼과 칼이 부딪치 듯 단문단답식으로 이어졌다. 이름하여 '단칼 인터뷰'.

-경남 마산 출신이군.

"마산여고를 나왔다."

-체육 특기자로 들어간 것 아닌가.

"마산여고엔 검도부가 없다."

-시험쳐서 들어갔단 말인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공부를 제법 한 모양이군.

"중학교까지는 상위권, 고교에서도 중상위권은 했다."

-어쩌다가 검을 잡게 됐나.

"초등 5학년 때 아빠가 '이제 피아노 그만 치고 검도해라'하셨다."

-수련이 힘들지 않았나.

"도장 청소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

-목소리가 허스키하다.

"기합을 많이 질러 목이 자주 쉰다."

-검도의 매력은.

"힘들어 죽겠다가도 끝나면 또 하고 싶은 것이다."

-무슨 뜻인가.

"수만 번 연습해 머리치기를 성공하면 또 다른 기술을 익히고 싶어진다."

-검도를 하면 뭐가 좋나.

"검도는 심신을 수양하고…."

-어허, 맹자님 말씀 말고, 자기 얘기로.

"좋은 친구 많이 사귀고, 머리가 좋아지고, 예의가 발라진다."

-여자가 검도하면.

"몸매가 날씬해지고, 호신술도 익히게 된다."

-밤길에 치한을 만나면.

"근처에 막대기 비슷한 것만 있으면 그 인간은 죽음이다."

-본인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거짓말 마라.

"거짓말인줄 알면서 왜 묻나."

-무협영화 출연 제의가 온다면.

"사투리가 심해 주연은 힘들고, 단역을 해보고 싶다."

-남자친구가 있나.

"말 그대로 친구일 뿐이다."

-그 친구도 검도 하나.

"물론. 난 범생이는 질색이다."

-어떤 스타일이 좋은가.

"머리 좋고, 운동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

-앞으로 뭘 하고 싶나.

"체육교사 겸 여중 검도부 감독을 해보고 싶다."

-팔힘이 센가.

"운동선수 아닌 남자들과 팔씨름 해서 져본 적 없다."

-좋다. 입씨름은 끝이 없으니 팔씨름으로 승부를 내자.

팔씨름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글=정영재,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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