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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멈춰서 쏘면 진종오, 진짜 총격전 땐 007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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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우 올림픽에선 사격 경기 도중 음악이 흘러나온다. 올림픽 사격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건 리우 대회가 처음이다.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7·kt)가 총을 쏠때 ‘제임스 본드 테마’ 음악도 흐른다.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등장할 때 흐르는 바로 그 곡이다.

사격장서 음악 트는 건 리우가 처음
제임스 본드 주제곡도 흘러나와
진종오 “어릴 적 007 보며 저격수 꿈
난 신 아니다, 한발 한발 집중할 뿐”

불현듯 궁금해졌다. ‘사격의 신(神)’이라 불리는 진종오와 ‘천하무적 첩보원’ 본드 중 누가 더 총을 잘 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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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개봉한 영화 007시리즈는 총 24편이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영국 비밀정보국(SIS) 소속 대테러 요원 제임스 본드는 최첨단 무기로 범죄 조직을 소탕한다. 본드는 크고 작은 총격전에서도 백발백중을 자랑한다.

현실에서는 진종오가 전 세계에서 권총을 가장 잘 쏘는 사나이다. 2008년과 2014년 국제사격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는 올림픽 사격에서만 금메달 3개를 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50m 권총,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신기록 보유자 역시 진종오다. 진종오는 2013년 7월 7일 50m 권총 결선에서 200.7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2015년 4월 12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6.0점을 쏴 또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결선에서 한 발당 최고점은 10.9점이다. 10.9점을 쏘려면 10m 공기권총의 경우 표적지 정중앙 지름 11.5㎜ 원 안, 50m 권총은 반지름 50㎜ 원 안을 맞혀야 한다. 총 20발을 쏘는 결선에서 만점은 218점이다. 진종오가 세계기록을 작성할 때는 한 발 평균 10점 이상을 쏜 셈이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 본선(594점)과 50m 권총 본선(583점) 세계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진종오가 10m 공기권총 본선 세계신기록을 세울 당시 60발 중 59발 이상 10점을 쐈다는 의미다.

‘영화 속의 명사수’ 본드와 ‘현실의 권총 황제’ 진종오가 맞대결을 펼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정범식 대한사격연맹 국제부장은 “제임스 본드와 진종오가 표적지를 향해 사격을 한다면 당연히 진종오가 이긴다”며 “본드는 영화를 위해 연출된 배우지만 진종오는 세계가 인정하는 ‘사격의 신’이다. 본드가 리우 올림픽 사격 경기에 출전한다면 최하위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종오를 13년간 지도한 ‘은사’ 차영철(57) 대표팀 코치도 “사격은 한 발의 실수가 승부를 가른다. 미국의 매슈 에먼스(35)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발을 남의 표적에 쏴 꼴찌로 추락했다. 중국의 왕이푸(56)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10m 공기권총 마지막 발에서 6점을 쏴 은메달에 그친 뒤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50m 권총에 출전한 그는 산소호흡기를 옆에 두고 사격을 했다”며 “본드에게도 사격 경기의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고, 경험 많은 진종오가 이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자소총 선수 이아령(강남대)은 “당연히 진종오가 이긴다. 진종오는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선수”라고 말했다.

만약 진종오와 본드가 실전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면 어떻게 될까. 정범식 부장은 “서바이벌 게임처럼 경쟁한다면 본드가 유리할 것 같다. 본드는 자유로운 자세로 사격을 해온 반면 진종오는 정적인 자세로 사격을 했기에 진종오가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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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에게 직접 물었다. 진종오는 “어릴 적부터 액션 영화를 보면서 저격수나 특전사 요원을 꿈꾸기도 했다. 007시리즈도 거의 다 챙겨 봤다”며 “난 직업이 사격 선수다. 아무래도 총을 잡으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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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격연맹 관계자들은 진종오를 두고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종오는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메시와 호날두도 셀 수 없이 많은 드리블 연습을 했을 거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기에 오로지 연습에 매달렸다”며 “시력이 1.5에서 0.6까지 떨어져 안경을 쓴다. 대학 시절 다친 오른쪽 어깨에 금속핀이 박혀 있어 장시간 연습도 힘들다. 한 발 한 발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대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107개를 땄지만 개인 종목 3연패를 이룬 선수는 아직 없었다. 진종오는 7일 10m 공기권총에서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11일 50m 권총에서는 개인종목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진종오가 리우에서 또 한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리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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