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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체제가 지금부터 할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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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여당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노-노」체제가 등장한지 1년이 된다. 2·12총선의 와중에서 닻을 올린 노-노 체제는 전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책무와 함께 총선 후의 민심을 일신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그런 만큼 새 체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은 노 총리가 취임사에서『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채찍과 비판을 달게 받으며 정직한 정부, 일하는 정부, 신뢰받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제5공화국 탄생 주역의 한사람인 노태우씨가 민정당 대표로 지명되었을 때 이를 「실세」의 등장으로 보고 새로운 기풍이 정치권에 불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체제 하에서 내각이나 집권당의 기능이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무총리는 통상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은 아니고 통치이념을 당 차원에서 반영하고 보좌하는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노 체제가 과거의 총리나 당대표가 해온 역할의 한계를 크게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 총리의 경우 시종 가파른 정치상황과 경제난국을 무난히 극복해왔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무회의의 활성화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업적이다.
그는 각 부처의 주요현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토록 하고 그에 관련되는 장관은 물론 업무상 별다른 관계가 없는 장관들의 거리낌없는 의견개진을 유도함으로써 시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해 왔다.
부처간의 유기적인 협조와 국무회의에서의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책을 수립한 것도 그렇지만 미문화원사건·중공어뢰정사건·외채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 나름대로 국정개선에 이바지한 것은 총리의 국정관여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관계장관의 기자회견을 독려해 행정과 국민의 거리를 좁히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국정의 주요문제에 대해 당정간 협의가 자주, 그리고 활발히 이루어진 것 또한 「노-노 체제」의 새 스타일로 봄직하다.
노 내각의 이 같은 적극적인 집무자세에도 불구하고 그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야당의 개헌서명에서 빚어진 극단적인 정국의 대치상황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경제만 해도 이른바 「3저 시대」를 맞아 또 한번 도약의 호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이용, 비약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보다 많은 노력과 지혜가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 내각에 거는 기대는 오히려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정치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경제발전을 부추기는 정치적 안정이 어떤 것 이어야하느냐에 모아진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의 안정은 국민적 합의가 이룩되어야만 가능하다. 뻔히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회피하고 외면하거나 물리력으로 지탱하려는 안정은 참다운 안정일 수는 없다. 우리가 이 순간 맞고있는 3저 시대를 도약의 찬스로 삼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가 제자리를 찾는 일이다. 우리가 입이 아프도록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2년째를 맞는 노-노 체제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난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러기에 현재의 난국을 푸는데 노 대표는 각별히 정치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국가적 호기는 개인적으로 총리나 당대표의 호기도 되기 때문이다.
정치나 행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리민복의 증진에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명기,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는 내각과 집권당으로서 면모를 새롭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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