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키 크는 속도 세계 최고…100년새 20cm 훌쩍

중앙일보

입력

네덜란드 남성이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가 2014년 187개국 남녀를 대상으로 평균 신장을 측정한 결과 네덜란드 남성과 라트비아 여성의 키가 가장 컸다고 영국 BBC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신장은 183㎝로 ‘롱 다리’를 자랑했다. 라트비아 여성의 평균 신장은 170㎝였다.

네덜란드 남성에 이어 벨기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남성이 롱 다리로 나타났다. 여성은 라트비아에 이어 네덜란드(2위), 에스토니아(3위), 체코(4위) 순이었다.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큰 건 아니지만, 한국 여성은 키 크는 속도가 세계 최고였다.

이라이프는 1914년부터 전 세계 남녀의 평균 신장을 추적했는데, 지난 100여년 간 ‘키 크는 속도’가 빠르기로 한국 여성이 꼽힌 것. 이번 조사에서 한국 여성의 평균 신장은 162㎝로, 1914년(142㎝)과 비교해 20㎝나 성장했다. 한국 남성의 평균 신장도 174㎝로, 102년 전 159㎝에서 15㎝나 자랐다.

반면 미국인은 키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1914년 조사 때 미국 남성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키가 컸고, 미국 여성은 네 번째로 키가 컸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미국 남성의 평균 신장은 187개국 가운데 37번째, 미국 여성은 42번째에 그쳤다. 유럽이 세계에서 키가 큰 국가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휩쓸었다. 100년 전 세계 최장신은 스웨덴인(남 171.9㎝, 여 160.3㎝)이었다. 현재는 각각 14, 17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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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난장이족’은 동티모르 남성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신장은 160㎝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우 과테말라 여성의 평균 신장이 150㎝로 가장 작았다.

제임스 벤텀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지난 100년 간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평균 신장 증가세가 가장 컸다”며 “동남아와 서남아 국민들의 키가 100년 전과 엇비슷한 것과 대조됐다”고 말했다.

이라이프 연구팀은 신장 증감 배경을 두고 “유전자(DNA)가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본다.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마지드 에차티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키 유전자가 100년 새 바뀔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며 “각국 국민들의 건강 및 영양상태, 위생시설 등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산부의 건강과 영양 상태가 태아의 신장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했다.

연구팀은 “키가 클수록 오래 살고, 심장병 질환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키가 클수록 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관련 질병이 더 많았다”고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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