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과 가습기 살균제…추궁도 하고 추궁도 당한 환경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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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25일 오전 인천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제작차 인증취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4일 딜러사에게 발송한 레터를 통해 환경부가 행정처분을 예고한 자사의 34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이날부터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자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폴크스바겐 측을 추궁한 환경부가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잘못 대처한 점 때문에 국회 특위로부터 추궁당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인천시 서구 과학원에서 열린 '폴크스바겐 차량 인증 취소 청문회'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경영진을 불러 서류 조작 등을 따져 물었다.

이날 청문회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사장과 정재균 부사장 등 회사 관계자와 변호를 맡은 로펌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1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청문회를 마치고 나온 회사 관계자들은 취재진들에게 "논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선처를 부탁했다"며 "79개 모델 전체를 인증취소해야 할 만큼의 사안인지 충분히 검토한 뒤 재고해달라고 선처를 구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측은 차량의 배출 가스에는 문제가 없고, 다만 인증 서류를 만들면서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수 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장은 "폴크스바겐 측이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으나,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며 "폴크스바겐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정밀 검토해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학원은 폴크스바겐 측이 문제가 된 차량에 대해 재인증을 신청할 경우 서류뿐만 아니라 실제 시험분석을 통해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 뒤 인증을 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우원식)'의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질의에 나선 조사위원들은 환경부 등이 살균제 피해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피해자를 위한 대책 시행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우 위원장은 "유독물질인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사용되는 것을 환경부가 2005년에 알았는데도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안종주 경기대 환경보건학 초빙교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가 확인된 후에도 환경부가 원인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질병관리본부와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살생물제법 마련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는 있었으나, 법제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병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환경부로서는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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