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의 신입생 환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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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과 신입생 환영회. 하오3시 ○○회관.」
피킷을 든 남학생 주변에 5∼6명이 둘러서서 얘기를 나눈다. 시선은 교문쪽으로 두고있다.
「××학과 신입생 환영회. 하오4시 ××식당.」
어깨띠를 두른 여학생은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면서도 몇 시간째 정문을 지키고 있다.
신체검사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던 수험생들은 예기치 않았던 선배들의 환영공세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면서도 대학생이 된 벅찬 기쁨을 확인하는듯 자기가 지원한 학과 피킷을 든 선배들에게 다가가 수인사를 나누며 하나 둘 합류하는 모습들.
신입생 신체검사를 이유로27∼29일 사흘간 교문을 폐쇄키로 한 서울대, 첫날인 27일부터 정문앞엔 재학생들이 과별로 신입생환영회 안내광고를 들고 나와 입학예정후배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8일에만 7∼8개학과가 전례없는 방학중의 신입생환영회를 추진하고 있었다.『학교측이 신체검사란 핑계로 교문을 닫고 있으니 우리도 할수 없이 이런 방법으로 후배들을 모으기로 한 것입니다.』28일낮 피킷을 들고 있던 한 재학생의 말.
운동권학생들은 신입생 신체검사기간에 맞춰 교내에서 「민주광장」 캠프를 갖기로 했었고 학교측의 교문 폐쇄도 사실은 이를 막기 위한 결정.
지난11일 예비소집과 13일 논술고사 일에도 재학생들의 교내집회설이 나돌아 학교측은 사흘간 교문을 닫았었다.
닫힌 교문앞에서 재학생들이 다시 신입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진풍경은 방학중에도 진행되는 학원사태의 현장만 같았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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